“가속기 전문 인력 양성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시급히 계획을 마련해 시작해야 한다.” “전문 인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면밀한 수요조사가 우선이다. 하나씩 단계를 밟아 진행하겠다.”
입자가속기 전문 인력 양성을 놓고 과학기술계와 정부 간에 나타난 시각차다. 전국에 대형 첨단가속기 구축이 속속 추진되면서 인력 양성 문제가 끊임없이 거론된다.
과학기술계와 현장 가속기 구축 관계자들은 개발 인력부터 완공 후 이를 운용·관리할 전문 인력까지 양성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가속기 담당 정부 부처 관계자는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인력 수요 조사 및 가속기 운용 방안 등 다각도로 검토한 후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고 한다.
올 초 부산 지역 이공계 대학생 7명이 8박9일의 일정으로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를 견학했다. 부산시 기장군의 지원 아래 민간단체인 부산과학기술협의회가 마련한 대학생 입자가속기 연수단이다. 참가 학생들은 CERN에서 세계 최대 가속기인 길이 27㎞의 LHC(강입자 충돌 가속기)와 이를 이용한 다양한 실험·연구, 대량의 데이터 처리 과정 등을 체험했다. 학생들은 “극히 짧은 순간의 입자 충돌 실험으로 우주의 기원인 빅뱅을 재현해 내는 연구 과정을 보며 첨단 가속기와 입자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 기장군에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연구용 원자로 등 방사선 의과학 시설이 속속 들어선다. 동시에 이를 활용하고 운용할 인력에 대한 관심과 걱정도 높아졌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가 CERN 연수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유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는 “이 연수는 비정기적이고, 소수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에 궁극적 목적인 가속기 전문인력 양성에는 한계가 있다”며 “중장기적인 다양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 시행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가속기 전문 인력은 가속기 가동 운용에 맞춰 양성 시기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면밀한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한 중장기 프로그램 마련도 필요하다. 접근방식엔 차이가 있으나 인력 양성 필요성만큼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공감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협력과 실행이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