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4일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으로 새 정부가 국정 차질을 빚는 상황을 비판하며 전격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송진흥 핵심기능을 미래부로 이관하려는 구상을 양보할 수 없다며 야당을 압박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대치국면이 파국으로 치달아 임시국회 종료일인 5일까지 정부조직법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김 내정자는 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 면담조차 거부하는 야당과 정치권의 난맥상을 지켜보면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지켜내기 어려워졌다”며 “이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점에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미래부를 둘러싼 논란과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김 내정자는 “지금 대한민국은 과학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생산적으로 융합해 생산동력과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발전하며, 그 비전에 공감해 나라와 미래를 위한 대통령의 설득에 감명받아 동참하고자 했다”면서 “박 대통령의 마음이 절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방송진흥 핵심기능의 미래부 이관 방침을 양보할 수 없음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야당이 우려하는 대표적인 사안을 많이 받아들였고 그 결과 많은 부분에서 원안을 수정해 핵심적이고 본질적 부분만 남겨놓은 상황”이라며 “이것이 빠진 미래창조과학부는 껍데기만 남는 것이며 굳이 미래부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방송장악 의도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방송의 공정성, 공익성의 핵심인 지상파·종편 보도채널 규제를 모두 방통위에 남겨두기로 했고 뉴미디어 방송사업자가 보도방송을 하는 것은 지금도 법으로 금지됐다”며 “이미 수많은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언론이 넘치는 세상에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박 대통령은 김종훈 내정자의 사퇴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미래 성장동력과 창조경제를 위해 삼고초려해 온 분인데 우리 정치 현실에 좌절감을 느끼고 사의를 표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본질에서 벗어난 정치적 논쟁으로 이 문제를 묶어 놓으면 안 될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도록 청와대 면담요청에 응해주기를 바란다”며 여야 대표에 거듭 회동을 제안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