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 중요성이 높다.
단순히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융합서비스 기반인 유·무선 통신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혁명 근간에도 통신망이 자리한다.
통신 산업은 매년 대규모 투자로 국가 경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
하지만 지난 정부의 통신정책은 `요금 인하`에만 매몰된 나머지 지속가능한 발전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평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진흥보다 규제에, 산업보다 정치에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IT 경쟁력지수, 네트워크준비지수 등 국가 IT 경쟁력지수는 순위가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는 통신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재정립하고 소비자 이익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퇴보한 통신 정책
MB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통신요금 인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약대로 정권 내내 정치권을 중심으로 통신요금 인하 압박이 거세게 제기됐다. 결국 기본료 1000원 인하를 끌어냈다.
하지만 공급자인 통신사는 물론이고 수요자인 소비자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통신사 수익은 크게 떨어졌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인하 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위적 요금 인하가 가져온 폐해다.
산업계가 요구하는 통신 정책도 대부분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스마트TV 접속 차단 등으로 불거진 망 중립성 논쟁은 수년간 논의했지만 끝내 결론이 보류됐다.
휴대폰 보조금도 주기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영업정지라는 초강수 제재까지 내렸지만 여전히 근본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오히려 영업정지 중에도 보조금 경쟁이 빈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까지 벌어졌다.
모바일 트래픽 급증에 따라 통신사는 수년째 주파수 추가 할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할당방안 결정은 이번 정부로 넘어갔다.
이처럼 각종 IT 정책이 표류하면서 2007년 3위였던 IT 경쟁력지수는 2011년 19위까지 떨어졌다.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과거 정보통신부일 때는 업계 요구를 듣고 필요한 정책을 만들었다”면서 “하지만 방통위는 여야가 정한 위원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창조경제, 지속가능한 통신 정책 제시해야
통신 업계는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창조경제를 만들겠다고 밝힌 박근혜 정부에 기대가 크다. 특히 주파수 할당 같은 현안을 시급히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할당하기로 한 1.8㎓와 2.6㎓ 대역은 서둘러 할당방안을 확정하고 지상파 디지털전환 완료에 따른 700㎒ 회수·재배치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망 중립성과 관련해서는 논의 끝에 결정을 미룬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을 확정해 제시해야 한다.
반복되는 휴대폰 보조금 문제도 근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이전처럼 지켜지지 않는 27만원이라는 기준을 유지하고 위반 사업자 처벌도 솜방망이에 그친다면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될 뿐이다.
통신요금 인하도 지난 정부처럼 인위적 인하보다 통신사 간 경쟁을 촉발해 자연스럽게 요금이 내려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통신정책에 대한 근본 철학이 변해야 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신규 서비스와 혁신 주도사업자가 정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규제 인센티브를 도입해 창의와 혁신 장려를 제도화해야 한다”면서 “산업 건전성을 해치는 인위적 요금인하는 지양하고 시장 자율적 요금 인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도록 경쟁 활성화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ICT 산업의 모든 참가자가 공정하게 경쟁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요금인하로 국민이 행복한 정보통신 최강국 건설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박근혜 정부에 바라는 주요 통신정책 방향
자료 : 업계 종합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