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성공 10대 키워드 <4>기초 기술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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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불똥은 엉뚱하게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에 튀었다. 지진으로 일본 업체의 부품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휴대폰 제조에 타격을 받았다. 핵심 부품 대부분을 일본에 의지하는 것은 기초연구 투자가 부족한 우리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빠른 경제 성장 과정에서 바로 기술화할 수 있는 응용·개발연구에 집중해 우리만의 독자기술 부족으로 첨단 장비의 필수 부품을 선진국에서 사올 수밖에 없었다. 이 구조를 깨지 않고서는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가 아닌 `미래 선도자`(퍼스트 무버)를 만들겠다는 새 정부 구상도 불가능한 꿈이다.

더 이상 선진국 추격, 모방 전략으로는 성장 동력 창출하는 데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는 오래전에 내려졌다. 정부도 지난 몇 년간 기초연구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2008년 정부 R&D 중 기초연구 비중은 2008년 25.6%에서 2012년 35.2%로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54.0%(2009년), 영국 42.5%(2005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기초 연구 저변은 확대됐으나 선진국과 격차는 여전하다는 냉정한 평가도 존재한다. R&D 투자 확대에도 기초연구 수준은 양적, 질적으로 답보상태에 있다는 지적이다. SCI논문 수도 수년째 10위권 밖에서 제자리걸음이다. 5년간 평균 피인용 횟수도 30위권에 머물렀다. 2011년 기준 과학과 기술 경쟁력은 각각 세계 5위, 14위를 기록해 2008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1년 우리나라 기술무역수지는 58억6800만달러 적자였다. 전년 대비 수출액이 증가했지만, 도입액 역시 증가하며 기술무역수지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 등 민간에 응용·개발연구 주도권을 넘겨주고 기초연구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앞으로 국정운영은 기초과학 발전이 선결돼야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이 이뤄질 것”이라며 “기초과학의 발전, 문화적 성공 등이 이뤄져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초 연구는 오랫동안 누적돼온 총체적 지식과 연구자의 창의성을 통해 성과를 발현하는 분야다. 기초 과학 강국을 단기간에 추월하기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

국가 주도의 먼 미래를 본 투자가 필요하다. 기초연구에 대한 좀 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먼저 우수 연구자 확보를 위한 각종 유인책 마련과 연구자 눈높이에 맞춘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각종 보고 절차 간소화와 단기실적 위주의 연구결과 평가방식도 더 개선해야 한다. 기초연구 성과를 후속연구나 사업화로 연계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도 필요하다. 정부부처 간 연계, 산학 협력 부족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기초연구와 응용개발 연구, 상용화 연구를 거쳐 제품을 만들어 내고 고용을 창출하는 모든 주기의 사이클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지속발전 가능한 기초연구 체제 확립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기초연구 정책의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분리 등 현실은 반대로 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가별 기술무역 현황

(단위: 백만달러)

※ 국가별 순위는 `11년도 기술수출 및 기술도입順으로 작성

창조경제 성공 10대 키워드 <4>기초 기술 확보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