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하드웨어(HW) 사업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노트북 등 핵심 IT기기를 직접 만드는가 하면, 오프라인 전용 매장을 개설할 것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세계 최대의 검색 엔진과 개방형 안드로이드·크롬 운용체계(OS)로 IT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구글이 HW 능력까지 배가한다는 소식은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기업에 위협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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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지난 21일(현지시각) 터치스크린 노트북 `크롬북 픽셀`을 발표하고 대만 전자제품위탁생산업체(EMS)를 통해 본격 양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크롬북 픽셀의 가장 큰 특징은 터치스크린을 탑재해 편의성을 높인 것이다. 여기에 속도를 개선한 크롬 OS를 탑재하고 테라바이트(TB)급 대용량 스토리지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클라우드 기능을 강조했다. 가격도 1299달러(와이파이 전용)로 기능대비 적정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그동안은 넷북 수준의 저가 제품을 내놓았다면 크롬북 픽셀은 프리미엄급으로 본격적으로 노트북 시장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크롬북 픽셀은 구글이 만들고 있는 생태계를 완결지을 수 있는 중요한 축을 이라는 점이다. 구글이 보유한 검색엔진, OS 등 첨단 소프트웨어(SW) 기술력과 서비스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구글의 HW사업은 SW의 혁신성을 완성하고 각 시장에서 구글의 장악력을 높이는 지점에서 맞물린다.
이는 구글TV의 사례를 봐도 잘 나타난다. 유력 TV·셋톱박스 제조사들에 채용되고 있는 구글TV OS는 TV시장에서 구글의 영향력을 높인다. 구글은 최근 LG전자·소니·하이센스·TCL 등 전세계 20여개의 주요 제조 협력사를 한국법인으로 불러 차세대 구글TV에 대한 비공개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마블·미디어텍 등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위스트론 등 소니TV를 제조해 온 대만 EMS업체들도 참여했다. 이미 구글TV가 TV산업 생태계에서 또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지난 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긱 파크(Geek Park) 혁신포럼`에 참석해 “모토로라 인수는 휴대폰 등 하드웨어를 만들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하며 “새로운 제품이 잇따라 나올 것”이라고 소개했다.
구글의 HW 사업 확장을 바라보는 협력 제조사들은 어떨까. 애플·델·HP·삼성전자 등 그간 고객사 및 협력사였던 수 많은 제조기업들이 경쟁사로 바뀌는 상황이 됐다. 전문가들은 안드로이드 OS 생태계처럼 처음에는 적과 동지가 구분이 되지 않겠지만 점차 각자의 길을 가야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호주 무선통신기업 텔스트라의 브래들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구글이 차기 스마트폰 `X폰`을 내놓는 순간, 삼성전자와 애플을 압박하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표] 구글의 주요 하드웨어 사업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