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달력`. 상보 서울사무소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다. 상보가 설립된 1977년을 시작으로 2076년까지 100년 달력을 새겨 놓았다. 2013년 지금은 중간을 향해 달려가는 지점일 뿐이다. 걸어온 길보다 가야할 길이 멀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100년 가는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탄소나노튜브(CNT)와 염료감응 태양전지(DSSC) 사업은 100년 역사를 위해 미래를 내다보고 시작한 사업입니다.”
김상근 상보 회장의 백년지계가 본격화 된 것은 지난 2008년 즈음부터다. 인쇄기술로 시작한 상보는 CNT·그래핀·DSSC를 현재 주력인 광학필름사업을 잇는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기반은 5년 전부터 마련해 왔다. 2008년 한국전기연구원(KERI)으로부터 CNT 투명전도성 필름 기술을 이전받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DSSC 핵심 기술을 이전받고 `DSSC를 이용한 그린 홈 요소 기술 개발` 국책 과제 주관사업자로 선정된 것도 이 때다.
신규 사업을 육성하는 사이, 지난 2008년 세계 처음 개발한 복합시트(프리즘시트+보호시트) 사업도 고속 성장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35%에 이른다. 매출은 2008년 746억원 대비 2012년 2533억원으로 약 235%가 늘어났다.
김 회장은 “복합시트는 대면적 디스플레이 업계의 사실상 표준 제품으로 성장했다”며 “미래 신규 사업은 광학필름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NT 투명필름은 스마트폰 터치스크린패널(TSP)의 핵심 소재인 산화인듐주석(ITO) 투명전극을 대체할 수 있다. 가격이 비싸고 수급이 불안정한 ITO 필름을 대체할 수 있다면 수요는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상보는 이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 승인을 받는 중이다. 경기도 김포에 짓고 있는 신공장이 완공되면 오는 9월부터는 양산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습식 공정 기반의 대면적 그래핀 대량 제조 기술도 확보했다. CNT와 그래핀은 탄소 소재로,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우리나라가 소재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탄소다.
그는 “CNT가 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0년이 다 됐지만 이렇다할 상용화 제품이 없다”며 “CNT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사업은 DSSC다. DSSC는 빛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다. 내년에는 휴대폰 보조 충전장치 등으로 우선 상용화할 계획이다. 오는 2015년에는 윈도 필름과 융합한 플렉시블 전지도 내놓을 계획이다.
김 회장은 “먼 미래에는 창문에 붙이는 필름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도시발전소 구축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