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 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 당선자의 철학이 17일 완성된 초대 내각 명단에 고스란히 담겼다. 복지, 안정, 행복을 국민에게 돌려줘야할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실천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읽힌다.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로까지 거론된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발탁한 것은 복지공약은 그대로 지켜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게 당선인 측 설명이다.
정치인을 기용했다는 평가도 받을 수 있지만, 선거 과정과 인수위 활동에서 당선인 철학과 비전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꼽혔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서승환 연세대 교수는 박 당선인의 경제 씽크탱크 핵심 인물이다. 박 당선인의 대선 후보 시절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주택·부동산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았다. 이후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활동했다.
서 내정자는 전형적인 시장 중심 경제학자다. 과거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현 정부 들어 완화된 부동산 각종 규제가 대폭 사라질 전망이다. 박근혜 캠프에서는 철도부지 상부에 인공대지를 조성,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행복주택과 주택보유지분 매각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등을 고안했다.
향후 과제도 있다. 서 내정자는 주로 건설·부동산 분야를 관여해 교통분야에는 취약하다는 평이다. 주요 기반인 교통분야와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서 내정자가 전문가 목소리를 좀 더 들어야 한다. 국토교통부 내 새로운 핵심동력으로 제기된 공간정보 영역에 대한 관심도 높여야 한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서 내정자를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택·부동산 분야 전문가여서 향후 관련 정책은 탄력을 받겠지만, 기존 정책에 반대했던 학자여서 혹시 모를 대규모 정책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교통분야 등 관계자는 국토교통부 정책이 부동산 중심으로 치우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환경부 장관에 내정된 윤성규 한양대학교 교수는 박근혜 당선인과 선대위 환경정책 담당특보로 영입되면서 인연을 맺었다.
1992년 환경처 폐수관리과장을 역임했으며 2001년 환경부 수질보전국장을 거쳐 2004년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심의관으로 파견됐다. 폐수관리와 수질보전 등 30여년을 환경업무만 도맡아 온 `환경통`으로 평가 받는다. 윤 내정자는 2005년 국립환경과학원장을 맡았고 2008년 3월 기상청 차장을 역임하다 한양대 환경공학연구소 연구교수로 채용됐다. 특히 기상청 차장 시절 슈퍼컴퓨터 3호기 도입에 역량을 집중해 국내 기상예보의 수준을 향상시켰다는 평가다.
윤 내정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산하 17개 추진단 가운데 하나인 지속가능국가추진단장을 맡았다. 지난해 7월 박 당선인의 경선캠프에 환경특보로 영입됐다. 지속가능국가추진단장은 환경과 에너지 분야 정책을 담당한다. 윤 내정자는 최근 원전확대에 대해 국민적 선택에 따라 재검토하고 급격한 전기요금 상승은 막으면서 국민적 토론을 거쳐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해 정밀검토를 거쳐 좋은 부분은 그대로 이용하면서 문제가 있는 부분은 시정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불도저 같은 업무 추진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는 여성으로서 법조계와 금융계, 정치권에서 두루 활약한 것과 달리 정작 여성정책 분야에선 뚜렷한 경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부 장관에 발탁된 데에는 `첫 여성대통령`인 박 당선인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인사라는 점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부활하는 해양수산부 장관에 예상을 깨고 그리 알려지지 않은 여성인 윤진숙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을 내정한 것은 첫 여성대통령 시대에 걸맞게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사회 전반에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