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다.”
인수위가 경제부총리로 현오석 현 한국개발연구원(KDI·64) 원장을 내정하자, 기획재정부는 물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등 유관부처 내부에서 나온 첫 일성이다.
그럴만 하다. 현 내정자는 그간 부총리는 물론이고 어떤 경제부처 장관직 후보군에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인사다.
행정고시(14회)를 거쳐 1974년 총무처 사무관을 시작으로 정통 관료의 길에 들어선 뒤, 이후 경제기획원 동향분석과장, 재정경제부 예산심의관, 국고국장 등을 지냈지만 기라성 같은 스타 관료가 즐비했던 모피아(옛 경제기획원) 내에서 그리 각광받진 못했다.
1999년 국고국장을 끝으로 이렇다할 보직을 맡지 못하고 세무대 학장과 여러 위원회의 위원을 지낸 현 내정자는 이후 민간에서의 활동이 오히려 더 돋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을 시작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 자문위원, 세계은행 지식자문위원회 초대 자문위원을 거친 끝에 지난 2009년 3월 KDI 원장에 올랐다. 현 내정자는 KDI 개원 41년 역사상 첫 `연임 원장`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KDI 원장 재임 중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4대강 사업 등 첨예하게 찬반이 갈린 국정 현안이 있을 때마다 현 정부에 높은 충성도를 보여줬다. 하지만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서는 “각자가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의 도출이 일차적으로 필요하다”는 소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달 전자신문 주최로 서울 반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IT리더스포럼` 1월 정례 조찬회에 초청돼 연사로 나섰던 현 내정자는 “그동안 제조업이 누려오던 각종 정부 혜택을 서비스산업에 기반한 ICT에 돌려줄 필요가 있다”며 ICT를 활용한 교육·의료·디자인산업 등의 창조적 개조를 역설했다.
각 경제부처와 일선 금융권은 이번 현 내정자의 발탁 배경을 박 당선인의 `경제개발` 향수에서 찾는다. 현 내정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만든 경제기획원과 KDI 출신이다. 이번 인선에 `저성장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경제를 끌어올리라`는 당선인의 요구가 함의된 이유다.
현 내정자는 인선직후 서울 동대문구 KDI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통해 중산층을 복원하고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밑거름이 되게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경제부총리로서 경제조정 업무까지 더해지는 상황”이라며 “더욱 노력하고, 여러 부처의 국무위원들과 협의하고, 국민 설득과 이해의 과정을 통해 이런 조정 과정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는 과거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있고, 국민의 저력도 믿고 있다”며 “함께 노력한다면 또 다른 도약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계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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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