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발전사업자들의 해외 사이트를 통해 발전소 운영관리 시스템 구축 사례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권중근 이메인텍 대표(54)는 올해가 해외 시장 개척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중소규모 발전소 운영관리 시스템 `OPMS`로 사업 시작 20여년 만에 본격적인 수출 물꼬를 튼 이메인텍은 올해 해외에서 400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권 사장은 올해 대형 설비 시장 업황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다시 만난 그의 얼굴에는 오히려 미소가 보였다. 지난해 성사시킨 요르단 알 카트라나 발전사업 프로젝트에 OPMS 구축 실적으로 중동 및 인도 플랜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발전소 및 각종 공장 설비의 운전 상태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전통적으로 해외 자동화 관련 업체들의 텃밭이다.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설계기술뿐만 아니라 플랜트에 사용되는 수많은 장비부품의 기능과 특성에 대한 지식도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다.
권 사장은 이메인텍을 창업하기 전인 1991년 코리아메인터넌스를 시작으로 국내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설비관리 시스템 분야에 뛰어들어 지금은 한국수자원공사·코오롱·효성·현대중공업·SK 등 공공과 민간을 넘나드는 다수의 실적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석유공사와 반잠수식 시추선 두성호의 설비관리 시스템 선진화 사업에 성과공유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사업은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시추선을 위한 최적화된 독자적인 설비관리 시스템 모델을 개발하는 내용이다. 두성호는 물론이고 향후 건조될 시추선에도 표준모델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아 기대가 크다.
32세의 나이로 해외 선진기업의 텃밭에 뛰어들었을 때는 어려움도 많았다. 권 사장은 “다른 회사 사무실 구석에 조그마한 책상 하나를 두고 사업 수주를 위해 영업을 뛰었을 때는 열정이 유일한 경쟁력이었다”고 회상한다. 사업 첫 수주실적도 젊은 패기를 높게 산 K그룹의 한 임원이 공장관리 시스템 구축을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이후 K그룹 임원은 중국 공장 본부장으로 발령이 났고 이곳 설비의 관리 시스템도 이메인텍에 맡겼다.
제대로 된 사무실조차 없는 청년벤처로 시작했지만, 자동차 제조라인과 발전소 시스템 납품 등으로 시스템의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지금은 국내 주요 플랜트 설비에 단골로 설비관리 시스템을 공급하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플랜트 설비 데이터 표준화 기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메인텍만이 갖추고 있는 경쟁력이다. 데이터 표준화는 기계·전기·계장·소방·공조 등 모든 설비의 설치이력과 기기의 특징, 유지보수 가이드라인 등을 체계화해 설비운전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권 사장은 “이메인텍 자체 업력은 15년이지만 회사 창립 전부터 함께한 경력 16년 이상의 베테랑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설비 전문지식이 필요한 컨설팅사업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전소 설비관리 시스템은 이메인텍이 가장 큰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자 동시에 급격한 성장이 전망되는 사업이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화력발전소가 다수 들어설 것으로 예고되면서 이미 관련 발전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공세를 펴고 있다. 한국전력 5개 발전공기업의 시스템을 구축한 주역으로 이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는 더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 경제 성장에 따른 전력사용량 증가로 발전소 신축이 늘고 있는 중동과 동남아 시장이 주 공략대상이다. 특히 지난해 요르단 알카트라나 발전사업 프로젝트에 구축한 중소 규모 발전소 운영관리 시스템 `OPMS`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권 사장은 “중동 발전소 프로젝트는 대다수가 복수사업자들이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해 중소 규모 발전소를 운영하는 예가 많다”며 “OPMS는 중소 규모의 민간발전(IPP) 시장을 공략할 최적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이트를 개발하는 국내 발전 및 건설사업자와의 공동 진출도 함께 모색한다. 국내 발전공기업과 종합건설사들의 발전 EPC사업에 시스템을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영업은 국내기업과 하지만 실제 발전소 사이트는 해외라는 점을 활용해 해외 수주실적 확대 채널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해외전시회 참여로 현지 대리점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도 착수했다. 17일 개막한 중동 최대 전력전문전시회인 `MEE(Middle East Electricity) 2013`에 참가, OPMS 마케팅을 전개했다. 10월 개최 예정인 `파워젠 아시아 2013`에서는 OPMS 마케팅과 함께 현지 대리점을 발굴할 계획이다.
권 사장의 해외 시장 공략 노하우는 간단하다. 항상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끊임없이 시도하면 언젠가는 열린다는 생각이다. 무모한 도전도 적극 권장한다. 얼마 전 러시아 시베리아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속성으로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직접 현지 PT를 했던 그다. 결과는 입찰 탈락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많은 중소기업이 해외 시장 진출과 관련해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으로 개척한 시장은 언젠가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해외 시장에서의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 때로는 무모한 도전이라도 계속해서 시도한다면 하나둘 씩 성과를 쌓아 갈 것입니다.”
[이메인텍은]
이메인텍은 설립 이래 설비관리 시스템 분야만을 연구개발해 온 회사로 국내 설비관리 시스템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사업 초기에는 외산 설비관리 시스템 패키지의 국내 공급 및 구축사업을 해오다 고객사들의 커스터마이징 요구에 대응하면서 관련 전문성을 축적했다. 이메인텍 설립 후에는 종합 유지보수 솔루션 공급자로 체제를 전환하고 발전·조선·자동차 특화 설비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석유화학 등 대규모 플랜트 설비 및 자재데이터 표준화로 컨설팅사업 분야에도 경쟁력을 쌓고 있다.
발전 부문에서는 세계 최초로 발전설비 신뢰도 중심의 정비관리와 위험도 기반 진단을 활용해 예방정비를 적용한 설비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한국전력 5개 발전공기업의 설비 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있다.
선박 부문은 대형 해상 플랜트의 설비관리와 상태정보 확인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멕시코 GrupoR 등에 공급했다.
이메인텍의 힘은 임직원 사이의 끈끈한 정에서 나온다. 2009년 대규모 계약이 예고 없이 파기되면서 회사가 크게 흔들린 적이 있다. 당시 퇴사를 한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데이터 표준화사업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 3년간 실적이 없어 담당 임원이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지만 권 사장은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서로 간의 신뢰가 두터웠던 만큼 권 사장 스스로가 어려운 숙제를 준 것을 알고 있었고, 언젠가는 성과가 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현재 데이터 표준화사업은 오만과 사우디에서 별도 프로젝트를 수행할 정도로 성장했다.
20년간의 노력이 해외 실적으로 가시화되면서 권 사장은 사내 복지에도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09년 경영위기 이후 없어진 장기근속자 한 달 유급휴가도 올해 부활할 생각이다.
권 사장은 “별다른 잔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직원들의 업무 자율성이 뛰어나다”며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중근 이메인텍 대표 이력]
1987년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92년 동국대학교 경영대학원 생산관리 석사
1986~198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 시스템공학센터 연구원
1989~1991년 딜로이트경영컨설팅 경영자문부
1991~1998년 코리아메인터넌스 기술담당 이사
1998~ 이메인텍 대표이사
1999년 `신설비관리` 지음(김창은 명지대학교 교수 공저)
2005년 플랜트 수출의날 기념 건설교통부장관 표창
[이메인텍 연혁]
1998년 디피에스아이코리아 설립
2000년 이메인텍으로 사명 변경
중소기업청 주관 기술경쟁력 우수평가업체 선정
2003년 한국능률협회 보전경영 최우수상 수상
2004년 중국지사(난징) 설립
2007년 ISO 9001:2000 인증
2008년 대한민국 건설문화대상 플랜트설비부문 대상
2009년 발전공기업 발전설비관리시스템 구축 계약
2011년 생산성경영체제 PMS 인증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