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의 발달로 어둠의 영역은 인류의 것이 됐다. 인류 역사가 조명의 발달사와 함께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조명은 모닥불에서 시작해 호롱불로 발전하며 인간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영역을 넓혔다. 모닥불과 호롱불을 거쳐 백열등·형광등과 함께 인류는 산업화를 일궜다. 이제 인류는 3세대 조명이라고 할 수 있는 유리와 기체를 매개로 한 백열등·형광등을 넘어 4세대 조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4세대 조명은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차세대 조명은 발광다이오드(LE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라는 이들 `4세대 조명`을 말한다.

백열등은 필라멘트에 열을 가해 빛을 내고 형광등은 아르곤과 수은 증기의 혼합기체를 통해 빛을 만든다. LED와 OLED 조명은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자에 전기에너지를 가해 빛을 밝히는 원리다. 4세대 반도체 조명의 가장 큰 특징은 `친환경`이다. 중금속을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 절감 효과도 뛰어나다. 백열등에 비해 전력 사용량을 90% 줄일 수 있다.
LED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왔다.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정부의 에너지절감 정책과 맞물려 꾸준히 확산되는 추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LED 조명 확산을 위한 시범 사업을 펼치거나 LED 조명 교체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시와 한국도로공사가 2018년까지 도로용 LED 40만개를 도입키로 했으며, 안양시는 최근 간판을 LED로 교체하면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시범사업이 진행돼 LED 확산을 이끌고 있다.
해외에서는 아예 법안까지 등장했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미국과 대만에서는 백열등의 생산을 아예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컨설팅 전문회사 맥킨지는 LED 조명 시장 비중이 2011년 약 12%에서 2016년 약 41%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반 조명용 LED 조명 시장 규모도 2011년 65억달러에서 2016년 416억달러로 연평균 45%의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LED가 에너지 절감에 효과를 보는 정도라면 OLED 조명은 디자인까지 가미된다. OLED 조명은 OLED 패널 전체가 조명이다. TV나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패널이 그대로 조명이 되는 것이다. LED는 아주 작은 점에서 밝은 휘도를 내는 점광원이어서 눈부심이 심하지만 OLED는 면광원이어서 눈부심이 적다. 청색을 기본으로 하는 LED의 차가운 느낌이 없고 따뜻한 느낌을 연출할 수도 있다. 게다가 얇고 가벼워 자유자재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OLED 조명은 기존 조명과 달리 새로운 조명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OLED 조명이 시제품 생산 단계이거나 연구개발 단계여서 접하기 쉽지 않지만 다양한 분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크게 건축융합조명·수송융합조명·테라피조명·오브제조명·에너지융합조명 등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건축 융합 측면에서 보면, OLED 조명은 공간 활용을 높이고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조명으로 응용분야를 확대할 수 있다. 기존 조명은 천장 위주로 설치됐지만 OLED 조명은 벽면과 기둥, 파디션 등 다양한 위치에서 사용자와 가깝게 설치될 수 있다. 투명·유연한 특성을 이용해 창문·벽지에 내장되는 임베디드 조명으로도 발전 가능하다. 공간이 상대적으로 비좁고 요구 조건이 까다로운 자동차·선박·항공기 등 수송 분야에서도 OLED 조명은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온도·수분·염분·압력에 따라 특성이 변하지 않는 OLED 조명 시스템을 롤투롤 공정으로 아주 값싸게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OLED 조명은 유연하며 눈부심이 적고 뜨겁지 않아 지금까지 개발된 조명 중에 가장 자연환경에 가까운 조명 환경을 연출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정신건강을 돕는 광테라피 조명과 치료·진단형 조명, 생활 속에서 감성 제어를 도와줄 수 있는 웨어러블 테라피 조명 등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브제 조명은 스탠드를 포함해 다른 제품과 융합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낮은 온도에도 잘 견뎌 냉장고 안의 조명으로 활용할 수도 있으며, 자외선(UV)이 방출되지 않아 작품 디스플레이용 조명으로도 유용하다.
미래의 조명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해결할 과제가 아직 많다. 투명하고 유연한 면광원 상용화 기술이 필요하며, 여러 융합기술 연구도 진행해야 한다. 투명 OLED 면광원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면 저항이 낮으면서 투과도가 높은 음극전극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유연한 면광원을 위해서는 산소·수분 투습률이 낮은 배리어 층 형성기술 개발이 급선무다. 여러 응용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구동기술의 시스템화 및 신뢰성향상 기술이 필요하다.
이정노 전자부품연구원 플렉서블디스플레이센터장은 “OLED 조명시장을 확대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광원의 제조원가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포토리소그래피 공정이 제거된 일괄 공정으로 패널이 제작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적 제약을 극복하고 OLED 조명을 상용화한다면 새로운 공간 및 문화를 창조하게 되는 것”이라며 “OLED 기술을 리드하는 우리나라가 조명 시장에서 또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며 산업을 주도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