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이 신음하고 있다.
연일 치솟는 원화가치 앞에 가격경쟁력은 떨어지고 경쟁자인 일본 기업은 `염가 세일`에 나선 격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가전·자동차 등 수출주력 업종일수록 타격이 크다. 특히 IT 제조업은 환율 손익분기점이 이미 무너진 상태다. 이대로 가다가는 올해 벌어들일 무역수지 흑자액의 대부분을 환율 막는데 쏟아 부을듯하다.
환율은 시장 메커니즘이기 때문에 고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나서 최대한 예측에 가깝도록 만들어 줘야할 필요가 있는 분야다. 정부가 아니면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야 수출기업이 제품을 개발하고 해외 판매 전략을 짜고 수익 전망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는 정부, 오는 정부`라는 사실상의 공백기다. 일본이 무한대의 양적 공급으로 국가 차원의 `엔저 레이스`에 나선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물론 우리 경제구조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허약하지 않기 때문에 환율 흐름에 전면적인 정부 개입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상반기 말, 올해 말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의 환율 가이드라인은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개입이 필요할 때 개입여부는 그때 결정하면 될 일이다.
우선은 수출기업들이 환율 급변동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과 대응책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숨 돌린 뒤 6개월, 1년 단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호흡을 맞춰주면 된다.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첫 작업으로 환율을 짚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특히 환율 대응력이 약한 중소·중견기업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왜 힘겨운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수출이 무너지면 그나마 기세 좋았던 우리 경제도 일본처럼 일순 악화할 수 있다. 너무 늦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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