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하)450mm 공정전환기 틈새를 노린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지난 2011년 74억3700만달러(약 8조974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합병을 통해 국내 최대 장비 업체가 된 세메스는 약 1조원이다. 8배 차이가 난다.

이 상황에서 국내 장비 업체들이 450mm 웨이퍼 공정 장비를 개발해 소자·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들의 요구 수준에 맞춰 납품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손을 놓는다면 언젠가 시장에서 퇴출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다. 장비 업체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한편에서는 공정 전환기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때 틈새를 파고 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450mm 장비 개발 현주소

국내 장비 업체들은 지금까지 외산 업체들의 기술력을 따라가기 급급했다. 장비 개발 비용이 300mm에 비해 40% 이상 증가하는 탓에 부담도 더욱 크다. 하나실리콘과 LG실트론이 480mm 실리콘 잉곳과 450mm 웨이퍼를 개발했고 유진테크와 피에스케이(PSK)가 1종의 장비를 개발하는 정도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연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매출액의 15%를 지출하는 반면에 국내 업체는 통상 7~8%밖에 투자하지 못한다. 450mm 장비를 개발하더라도 가격이나 기술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틈새시장을 노려라

현재 반도체 공정 중 국산화가 많이 이루어진 분야는 유진테크가 개발한 히터 방식 저압화학증기증착(LPCVD)기와 PSK가 진출한 포토마스크 세정(에셔) 장비다. 전체 공정 중 투자 비중이 크지 않지만 중소·중견 기업이 진입하기 용이한 시장이다. 삼에스코리아가 선전하고 있는 반도체 운반 용기 FOSB(Front Opening Shipping Box)도 있다. 유진테크는 낸드플래시 양산 비중이 늘어나면서 특화 장비를 보유한 덕을 봤다. FOSB는 물류비 비중이 큰 품목이라 국내에 생산 시설을 갖춘 업체가 유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공정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식각(에칭) 장비도 450mm 공정에 새로 도입될 신기술을 찾아서 개발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범국가적 지원 필요

개별 장비 업체가 독자적으로 장비를 개발하는 건 어렵다. 업계와 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 이번달 공고를 앞둔 산업원천기술 R&D 사업에도 450mm 장비 과제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세정 장비와 에칭 장비 R&D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글로벌 450mm 컨소시엄(G450C)`의 장비 발주 규격을 참고하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교류할 필요도 있다. 미국 뉴욕주립대 나노스케일 사이언스 엔지니어링 대학(CNSE)의 테스트 라인에 공급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도 요구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국내에 있다는 이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 “집중 개발할 장비를 물색하고 R&D 비용도 늘려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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