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용 폴리에스터(PET) 필름 업체들이 잇따라 증설 투자를 단행하면서 공급 과잉에 따른 과열 경쟁이 예상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C·코오롱·미쓰비시·도레이 등 국내외 주요 업체들은 광학용 PET 필름 라인을 최근 증설했거나 연내 추가 증설한다. 여기에 산업용 PET 필름을 생산해 온 효성도 광학용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광학용 PET 필름은 LCD의 백라이트유닛(BLU)에 들어가는 프리즘시트나 확산판 등의 광학 필름 원단이다. LCD 패널, BLU, 광학 필름 등 전방 산업의 생태계가 잘 갖춰진 한국의 광학용 PET 필름 원단 시장 규모는 약 6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해외 시장 규모 2000억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이 때문에 일본 업체들은 한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 업체들도 LCD 시장이 비록 침체에 빠졌지만 면적당 시장은 꾸준히 증가한다는 점을 노리고 증설하고 있다. 너도 나도 국내 광학용 PET 필름 시장에 눈독을 들이다보니 고부가가치 시장이 오히려 과열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한국과 중국 시장을 겨냥해 중국에서 라인을 증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쯔비시는 연내 중국에 광학용 PET 필름 1개 라인을 증설할 예정이다. 도레이는 이미 지난해 1개 라인을 늘렸다.
한국 기업들도 모두 올해 중 PET 필름 증설 계획을 갖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현재 연 13만톤 가량의 PET 필름 생산 능력을 연 16만톤으로 늘린다. SKC는 지난 해 말 진천에 공장을 준공했으며, 올 해 중국에도 라인을 늘릴 계획이다. 한국과 미국을 합친 PET 필름 생산 능력은 연 20만톤으로, 중국 라인이 완공되면 24만톤으로 늘어난다. 두 회사 모두 광학용과 산업용을 합친 규모지만, 늘리는 설비의 상당수는 광학용 PET 필름을 위한 것이다.
효성은 오는 연산 2만톤 규모의 광학용 PET 필름 공장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트리아세틸셀룰로스(TAC) 필름으로 LCD용 필름 시장에 진출한 효성은 광학용 PET 필름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광학필름 업체인 신화인터텍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처럼 생산 능력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과열 경쟁은 벌써 시작됐다. 일본 업체들이 국내에서 고품질 제품을 일본 현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업체들은 반덤핑 제소까지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본 업체들은 광학필름 업체들에게 엔화 결제까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저 추세로 인해 손해 보지 않고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광학필름 업체 관계자는 “필름 원단 업체들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가격을 낮춰주겠다는 연락이 온다”며 “과당 경쟁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