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부품업계가 `아이폰5` 때문에 명암이 엇갈렸다. 아이폰의 기세가 예전같지 않아 애플 이외로 고객 저변을 넓힌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 간 격차가 고스란히 매출에 반영됐다. 협력사 폭을 넓혀야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3일 일본 주요 전자부품업계의 2012 회계연도 3분기(4월~12월) 누적 실적을 결산한 결과, 무라타제작소와 닛토덴코는 실적이 크게 상승한 반면에 TDK와 덴산, 알프스전기는 크게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애플의 주요 협력사로, 아이폰용 부품 주문이 둔화한데 대응해 타 부품 거래선을 확보한 기업만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무라타제작소는 이 기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스마트폰 전용 소형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부품이 애플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등 다양한 업체에 채택되어 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졌다. 이 회사 후지타 기능효 부사장은 “설비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영업이익 증가율은 20%에 달했을 것”이라며 “생산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닛토덴코는 이 기간 영업이익이 90%나 폭증했다. 터치 패널에 사용하는 광학필름 등 전자재료가 호조세를 보였다. 타케우치 토오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기능성 제품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 정확한 업체명을 밝힐 순 없지만 애플 이외 단말기 제조사와 긴밀하게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에 교세라, TDK 등은 애플 이외의 협력사와 거래선을 넓히지 못한데다 PC 및 TV용 패널 등 쇠락세를 걷고 있는 부품을 내놓으면서 쓴맛을 봤다.
교세라는 이 기간 영업이익이 23% 증가했다. 그러나 4분기(2013년 1~3월) 전망은 전분기 대비 25% 감소한 730억엔으로 낮췄다. 이 회사 CEO는 “PC나 평면 TV용 부품 판매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애플이 아이폰5용 부품 주문량을 당초보다 낮춘 영향도 크다고 전했다.
TDK는 PC산업 부진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주력 제품인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재고조정으로 모터 판매량이 급감했다. 이를 상쇄할 스마트폰용 부품 판매도 시원찮다. 히로시 사장은 “애플 등 주고객사인 미국 스마트폰 업체의 감산으로 이 부문 부품이 예상보다 침체”라고 밝혔다.
알프스전기는 이 기간 적자전환했다. 또 지난달 31일에는 각 국 사업장에서 총 30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아이폰5 출하가 둔화되면서 터치패널 등의 주문량이 감소한 것이 원인이다. 이 회사 고메 노부히코 전무는 “아이폰 부품 수요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면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표] 일본 전자부품업체별 엇갈린 실적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