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꽉 막힌 전자책 도서정가제

“전자책 정가제 정말 답답합니다. 제가 여행서적을 내놨어요. 외국인들이 관광 오는 피크 시즌에 할인 판매도 하고, 여러 권 묶어 팔아야 하는데 정가제로 1년 6개월 동안 할인을 못하게 해놨습니다. 작가 입장에선 그 시즌에 많이 팔고 싶지 않겠어요? 실용서는 트렌드가 얼마나 중요한데요.”

영어로 된 서울 여행 도서를 전자책으로 내놓은 한 작가의 말이다. 최근 `도서정가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전자책 도서정가제` 문제도 함께 도마에 올랐다. 전자책 도서정가제는 지난해 1월 26일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을 일부 개정해 7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출판사와 유통사는 전자책 정가와 판매가를 표시하고, 발간 18개월이 지나지 않으면 10% 이내만 할인 판매가 가능하다는 것이 뼈대다.

법을 시행한 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그러나 업계는 전자책 도서정가제가 오히려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성토한다. 전자책을 종이책과 함께 묶어두기에 성격이 너무 다르다는 말이다. 실제 판매되는 전자책 대다수는 `장르소설`과 `실용서` 위주다. 교보문고에서 판매되는 전자책의 약 50%, SK플래닛 약 80%가 장르소설이다.

소비자들은 전자책을 `소장용`보다 한두 번 보는 `소비용`으로 접근한다. 문제는 `소비용`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사실이다. 한 번 가격을 책정하면 일정기간 동안 할인 판매가 안 되니 전자책만 내놓은 작가 입장에서 속이 탄다.

전자책은 종이책과 다르게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전자책을 팔면서 배너 광고를 붙여 콘텐츠 공급자인 작가의 소득을 보전할 수 있다. 전용 단말기와 함께 할인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현행 정가제 아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기 어렵다.

전자책 시장을 키워보고자 교보문고는 2월에 전자책 `대여제` 서비스를 내놓는다. 그러나 기간이 6개월로 과연 `대여`로 볼 수 있을지 애매하다. 법안은 대여 기간을 언제까지로 볼지 정해놓지도 않았다. 정가제를 빠져나갈 구멍은 더 있다. 유통사와 작가들이 기존에 내놓은 책을 다시 분권하거나 1,2권을 합쳐서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시장 키우기` 차원에서 전자책 도서정가제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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