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우주센터-"눈물이 나서..." '1분 1초' 나로호의 순간들

나로호 발사를 총괄하는 발사지휘센터(MDC) 내부.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발사 전 15분. 모두들 긴장한 채 아무 말이 없었다. 내부에 있는 연구진이 방해 받을까 염려한 항공우주연구원 측에서는 블라인드를 올리지 않았다. 5㎝ 틈새로 지켜본 내부 통제실은 적막감이 흘렀다.

발사 관련 안내방송을 담당하는 여성 연구원의 목소리만 울려 퍼졌다. 그는 타임테이블이 적힌 종이를 들고 굳은 듯 전면에 배치된 대형 스크린을 응시한다. 스크린 앞에는 붉은 색 숫자로 발사시각에 맞춰 줄어드는 디지털 시계와 나로호를 촬영하는 카메라 화면이 보인다.

가장 앞자리에 위치한 연구원이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머리에 얹었다. 이상이 없도록 기도를 하는 듯했다. 가장 뒤편에서 발사 통제를 총괄하는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안경을 잡은 채 스크린 변화를 점검하고 있다. 안경을 다시 쓰는 것도 잊은 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안내방송이 발사 2분 전을 알리는 순간. 이규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실장은 “세상에서 가장 긴 2분인 것 같다”고 읊조린다. 30초 전 방송 안내를 마친 연구원이 자세를 고쳐 앉는다.

나로호 발사의 순간. 10초간 회피 기동을 진행한다고 알리자 통제동 2층에서 발사 현장을 지켜보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신학용 국회 교과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의 박수소리가 내부까지 흘렀다. 누군가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통제실 내부 연구진은 아무런 미동도 없다.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각자 앞에 놓인 모니터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관람석에 있던 누군가가 “그동안 수고했다”고 말했지만 다른 이가 “아직 아니다”고 조용히 대답했다.

오후 4시 9분. 위성 분리 및 목표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는 방송과 함께 모두는 환호하며 자리를 박찼다. 참여 인사와 연구진은 서로 손을 맞잡은 채 “고생했다”며 축하했다. 이주호 장관과 신학용 위원장은 서로 포옹했다. 이주호 장관은 “나로과학위성을 목표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 시키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대전 항공우주연구원 대강당에서도 발사 주역인 연구원들이 모여 대형 화면을 주시하며, 단계별 소식에 일일이 박수를 보내면서 20여 차례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대강당에는 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 전원장과 임철호 항우연 부원장, 김상선 연구개발인력교육원장, 박정택 연구재단 감사를 비롯한 200여 연구진이 나로호 발사성공을 지켜보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주진 전 원장은 복받치는 눈물을 참으며 “오늘을 항공우주의 날이라고 부르고 싶다. 얼마나 많은 날을 연구원들과 함께 잠 못 들어 했는가”라며 “우리 손으로 결국 해냈고, 향후에는 달 탐사로 매진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심경을 피력했다.

이날 참관차 방문했던 김상선 원장은 “눈물이 나 혼났다. 손에 땀을 쥐고 봤다”며 “1990년대 늦게 발사체 연구를 시작해 여기까지 온 것만도 기적”이라며 연구원들을 격려했다.


외나로도(고흥)=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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