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막내 자만(自慢)이 교만에게 자신의 장기와 재능에 대해서 한껏 자랑을 늘어놓고 있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증명이라도 하듯,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자랑 일변도였다. 자기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고 익숙해지면서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자만(自慢)이다. 자만은 겸손함을 잃고 자신만만함이 도를 넘어서는 순간 찾아온다.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과신한 나머지 중심을 잃은 상태다. 주로 자만은 과시욕에 사로잡혀 생기는 불청객이다.
이에 질세라 교만(驕慢)은 자만이가 갖고 있는 자만심에 더하여 교태스러움까지 겸비해서 시건방짐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자만은 바로 위 형인 교만에게 단칼 승부에 굴복하고 말았다. `자만`이 더 극에 달하면 `교만(驕慢)`해진다. `교만`은 자신의 지위 높음을 자랑하여 뽐내고 건방지게 행동하는 뜻을 담고 있다. `자만`은 자신감이 역기능으로 작용해 겸손함을 잃은 상태지만 `교만`은 타인에게 자신이 얼마나 잘 났는지를 못 봐줄 정도로 뽐내면서 건방지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교만의 바로 위 형인 거만(倨慢)이가 나왔다. `거만(倨慢)`은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기 위해 거들먹거린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교만`이 자만심에 교태스러움을 겸비한 자세와 태도를 지칭한다면 `거만`은 교태스럽지는 않지만 행동거지 표정이 상대의 기분을 건드릴 정도로 업신여기고 지나치게 거들먹거리는 경우를 지칭한다.
자만과 교만, 그리고 거만함의 수준을 넘어서면 이제 오만(傲慢)해진다. 오만은 자가당착의 논리에 빠져 겸손함을 잃고 불쾌감을 줄 정도로 시건방지게 행동하는 불치병에 가깝다. 오만은 불손과 교만은 방자와 어울린다. 그래서 오만불손(傲慢不遜)하고 교만방자(驕慢放恣)하다는 말을 쓴다.
자만과 교만, 거만과 오만을 포함하는 한 문장을 예로 든다면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지위 높음에 자만하여 교만하기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고, 행동거지의 거만함은 어른도 몰라보는 오만의 극치다.” 자신감이 자만으로 흐르기 전에 자기의 존재이유를 파악하고 자존심에 상처받기보다 자존감을 회복하여 자기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자기 연마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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