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차량용 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 사업에 시동을 건다. 차량용 파운드리를 시도하는 국내 첫 사례다. 시스템반도체사업을 강화하면서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차량용 반도체는 최근 국내외 업계가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분야로 현대차 계열 현대오트론이 출범해 더욱 각광받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에 관한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설계자산(IP) 개발에 나선다. 국책과제와 연계해 난이도가 낮은 멀티미디어 등 인포테인먼트 반도체나 고주파(RF)·사물지능통신(M2M) 등 네트워크 반도체 관련 공정 개발부터 시작한다.
첫 단계로 하드웨어IP(하드IP)를 개발·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2월 중순 발표할 정부 국책과제에는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업체를 주관기업으로 컨소시엄을 구성, SK하이닉스가 맞춤형 공정을 개발하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동부하이텍·매그나칩 등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이 높은 가동률에 기존 고객사 대응에 급급한 상황이어서 SK하이닉스가 적임자로 떠올랐다. 현대오트론이 수요기업으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는 M8 라인에서 일부 생산한 낸드플래시 공정을 시스템반도체로 전환하면 올해 생산설비에 여유가 생긴다. 실리콘마이터스와 함께 개발한 0.18마이크로미터(㎛) BCD(Bipolar·CMOS·DMOS) 공정을 성공적으로 구축, 장비 투자도 대부분 마무리했다.
양산까지 적어도 3~4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신뢰성 기준이 전자제품용 칩에 비해 높다. 반도체 공정 역시 특화한 하드IP를 공정에 이식(포팅)해야 한다. 미국자동차부품협회(AEC) 품질기준인 `AEC-Q100` 규격 인증도 받아야 한다. 단기간에 상용화하기 쉽지 않은 이유들이다. 개발 추이에 따라 고난도 제품인 파워트레인용 반도체, 엔진 자동변속기(ECU) 반도체 공정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이 공정을 상용화하면 국내 팹리스 업계도 안정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파운드리를 확보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한발 앞선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역량을 갖출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팹리스는 차량용 반도체 양산을 위해 국내 파운드리를 원하며 SK하이닉스도 향후 고가 반도체를 설계·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