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미국에서 40% 가까운 점유율을 가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사업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ITC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던 예비 판정을 재심의하기로 했다. 당장 미국 내 삼성 휴대폰 판매금지가 유보됐지만 불씨는 계속 남았다.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한국 기업이 최대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ITC는 23일(현지시각) 한국 업체가 수출한 가정용 세탁기에 대해 상무부가 내린 반덤핑관세 및 상계관세 부과 결정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6명 위원 전원이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3개사가 한국과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로 자국 업계가 피해를 봤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앞서 상무부는 대우일렉트로닉스 82.41%, LG전자 13.02%, 삼성전자 9.29% 등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보조금 지급 판정에 따른 상계관세를 각각 72.30%, 0.01%, 1.85%를 부과하기로 했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은 최고 150%의 세율이 높아져 세탁기 판매 수익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업체들은 ITC 결정에 불복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WTO에 제소하더라도 미국의 입김이 강한 WTO에서 결과가 뒤집히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별개로 ITC는 지난해 10월 삼성이 애플의 스마트폰·스마트패드 관련 특허 4건을 침해한 것으로 결론을 낸 예비판정을 재심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재심의 요청을 한 데 따른 것이다. 재심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삼성전자 휴대폰 미국 내 판매금지 결정이 유보될 전망이다. ITC는 당초 이 사안의 재심의 여부를 지난 9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결정을 2주일 늦춰 이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재심의에 새 증거를 제시해 예비판정 결과를 뒤집는다는 계획이다. 그렇지만 ITC가 예비판정과 비슷한 최종 판정을 내리기 전에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 지식재산권 컨설팅 전문기업 테크아이피엠 이근호 대표는 “1차 예비판정에서 행정판사가 내린 판정을 다시 심의해 최종판정에 실수가 없음을 보이려는 정책적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간을 벌었지만 삼성전자 휴대폰도 세탁기처럼 미국 보호무역주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피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보호무역주의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