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자동차를 대표하는 전기자동차가 수면 위로 올라온 지 6년이 지났다. 처음엔 미래자동차 시장을 전부 바꿔 놓을 것처럼 주목을 받았지만 최근 들어 그 기대치가 많이 줄었다. 최근 전기차를 내세웠던 기업들 모두 생명유지에 혈안이다. 예상 밖의 시장 반응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는 냉정하게 바라보고 판단해야 한다. 자동차 자체만으로 완전한 무공해 자동차인 전기차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동급 가솔린차 보다 가격이 3배 가량 비싸고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 충전시간과 거리 한계나 충전 인프라 한계 등 어느 하나 소홀하게 다룰 수 없다. 더욱이 이런 문제는 당장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가장 핵심으로 배터리 기술 한계를 꼽을 수 있다. 배터리 기술이 더욱 진보되고 가격하락을 촉구할 수 있다면 상당부분 단점을 해결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충전에 필요한 전기에너지다. 전기차의 전기에너지가 화력발전소 등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연료로 생산된다면 전기차의 친환경성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다른 친환경 차량은 자동차 자체만 신경 쓰면 되지만 전기차는 충전되는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공급하느냐가 중요한 화두가 될 수 있다. 최근 겨울철 전기수급 문제로 블랙아웃 등을 고민하면서 에너지 절약운동이 활발한 상황에서 전기차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전기로 충당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전기차와 충전 인프라 보급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2500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기로 했지만 약 1000대를 보급하는데 그쳤다. 예산확보도 어렵고 생각만큼 보급이나 관리가 쉽지 않다. 역시 예산확보가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시행하려던 전기차 보급 예산도 예상치의 약 30%에 그쳤다. 그렇다면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인가. 왜 다른 선진국에서는 아직 전기차를 선보이고 그 시장성을 크게 보는 것일까. 우리는 어떻게 전기차 정책을 펴야하는 것일까. 지금까지의 전기차 정책은 맞는 것일까.
우선 전기차는 미래 수송 정책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기차 하나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개발과정을 통해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카 같은 친환경차량 개발에 크게 기여하는 기술 개발 등 다양한 국산 원천 기술이 필수적이다. 미래 수송수단 가운데 첨단 원천기술 확보는 중요한 먹거리다. 필수적 요소인 만큼 원천 기술학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중요하다. 당장 전기차를 일반용으로 판매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일정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개발과 보급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에 전기차 리스방법이나 단지 조성, 일정 지역의 보급도 괜찮은 방법이다.
둘째로 전기에너지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처럼 예비율을 따지는 상황에서 대책 없는 전기차 보급은 분명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심야 전기를 주로 활용하는 방법과 전기차에 충전된 전기에너지를 필요에 따라 비상시에 다시 꺼내서 사용할 수 있는 ESS(Energy Storage System)용으로 재사용하는 방법도 유용하다. 향후 전기차를 순간 정전이나 일부 지역 정전 시에 중요한 비상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기차 개발 및 보급, 관리적인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것이다. 현재 정부 부서와 역할은 나뉘어 있어 중복 투자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체를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담당 부서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진행해야 한다. 전기차는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친환경 수단임에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국지적 현안에 가장 적절한 모델을 찾아 제대로 시행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향후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전기차 정책을 제대로 구축해 세계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