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학과에서 초급개발자를 교육하는 필자는 종종 IT자격증에 관한 자료를 받는다. 취업을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이를 꼼꼼히 살핀다. 자격증을 알리는 측은 자격증에 큰 자부심을 갖고 이를 취득하면 기업에서 이를 인정해 줄 것이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최근 대다수 기업은 신설 자격증은 물론이고 기존 자격증에 대해 거의 인정하지 않는 등 자격증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취득한 자격증으로 현업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모르겠고 심지어 IT 정부공인 기사 자격증마저도 무시된다. 오히려 자신의 제품을 확실하게 다룬다는 증거인 외국계 IT자격증을 인정하겠다는 지경에 이르렀다.
취업이 화두인 현실을 반영하듯 많은 단체와 IT학원에서 단기 교육을 통해 비전공자를 IT기술자로 양성해 취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메일도 심심치 않게 온다. 그러나 일부 IT교육을 제외한 대다수 단기 교육으로 과연 기업에서 재교육 없이 능력 있는 IT개발자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모순적인 상황이 과연 `IT코리아`라는 위상에 어울릴까. 지난 5년 동안 IT정책 혼란과 부재가 문제를 키웠다. 소프트웨어 기술자 등급제로 개발자 능력과 개발 비용을 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었지만 IT와 관련 없는 기구 설계만 하던 인력이 재직한 회사의 업태가 소프트웨어 개발인 게 현실이다. 비효율적인 소프트웨어 단가 산정으로 기업 채산성을 맞추기 위한 철야 작업 강행 등으로 IT가 `3D직군` 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이 결과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은 등급 산정 불만 등으로 작년 폐지되고 경력만 관리하는 방향으로 변경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IT기업에서는 비용 산정 문제로 결국 등급제를 다시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한탄한다.
결국 유능한 인재의 IT기업 입사 기피, 훈련되지 않은 IT인력으로 인한 개발 능력 약화, IT기업의 지속적인 채산성 악화와 개발 작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인한 영세 IT 업체의 몰락에서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중단까지 IT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비일비재하다. 대학도 IT학과로 실력 있는 신입생이 급감하고 상당수 대학에서 IT학과가 IT 또는 컴퓨터라는 학과 이름 사용 지양 및 감추기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극단적인 경우 폐과까지도 이어져 한국이 세계 IT 선두주자에서 변방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IT혼란으로 인한 모순, 인력 누수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온전히 새 정부 몫이다. 앞으로 10년간 IT에 확실한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IT가 참으로 매력적인 직군으로 인정받고 IT 기술 인력이 진정한 산업 엘리트로 대우받는 기반을 제시해 3D업종으로 떨어진 기존 개발자 사기를 높여주어야 한다. 각 대학 IT학과에 집중적으로 지원해 IT가 아닌 기타 서비스 산업으로 몰리는 학생에게 비전을 제시해야 한국 IT미래가 밝아진다.
같은 문제가 5년 동안 출제되고 시험을 위한 기본 자격과 시험 과목마저도 교육하는 담당자의 의견 개진 없이 밀실 행정으로 만들어지는 국가 인정 자격증 시험에 획기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남발되는 사설 자격증의 적극적인 통폐합으로 자격증 취득자에 대한 대우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 6개월 단위의 단기 교육을 통한 IT개발자 교육이 사설 학원이 아닌 장시간에 걸친 IT기업과 학교, 담당 부서 연계를 통해 기업이 요구하는 개발자를 길러내야 진정한 의미의 개발자 교육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이런 청사진이 새 정부에서 마련되기를 초급 IT기술 인력 양성을 담당하는 교육자로서 기대해 본다.
경인여자대학 서진형 교수(jhsuh@yoda.kic.ac.kr)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