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설계자동화(EDA) 툴 업체들이 앞다퉈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열고 있다. 시장 수요가 대폭 늘어난 한국시장에서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EDA 툴은 반도체 설계·공정을 자동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구성된 통합 소프트웨어다. 반도체 개발자가 프로그래밍을 하면 이를 회로도로 바꿔주며 설계도 오류를 찾고 보정까지 해준다.
한국멘토(지사장 양영인)는 오는 4월부터 R&D 센터를 운영한다. 이를 위해 최근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에 위치한 사무실을 확장하고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3~4명의 인원이 충원되면 가동을 시작해 점증적으로 규모를 키울 예정이다. 이 회사는 반도체 설계 마지막 단계에서 제조 공정으로 전환할 때 쓰는 광근접보정(OPC) 툴에 강점이 있다. 시높시스가 거의 독점하고 있는 플레이스먼트앤드라우팅(P&R)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EDA 1위 업체 시높시스코리아(지사장 정해수)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중순 국내에 연구소를 개설했다. 올해는 인력을 30명가량 충원한다. 이 연구소는 시높시스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특정 지역 고객만 지원하기 위해 만든 맞춤형 연구소다. 시높시스는 P&R은 물론이고 반도체 설계 전반의 테크놀로지캐드(TCAD)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이 회사 툴을 절반 이상 쓰고 있어 고객 지원을 보다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 회사가 국내 R&D 기능을 키우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이고 외주생산(파운드리) 제조 공정에서도 가장 앞서고 있어 선행 기술을 신속하게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LG전자나 SK하이닉스, 현대오트론 등 대기업이 시스템 반도체 사업에 진출, 한국 시장은 성장세가 높다. 양영인 한국멘토 사장은 “고객사 공정 개발지원을 원활히 하기 위해 한국 내 기술지원 요구가 꾸준히 강조돼왔다”며 “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국내 R&D센터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