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유럽(Pan-europe) 네트워크`가 구축된다. 통신과 인터넷을 아우르는 초대형 네트워크다. 논의 초기 단계지만 유럽연합(EU) 행정기관인 유럽집행위원회(EC)가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데다 대형 이동통신업체들도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최근 호아킨 알무니아 EC위원장이 도이치텔레콤, 프랑스텔레콤, 텔레콤이탈리아, 텔레포니카 등 유럽 주요 이통사 대표와 만나 범유럽 네트워크 구축에 관해 회의를 진행했다고 9일 보도했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국가별로 나눠져 있는 통신망과 인터넷망을 하나로 묶어 유럽 지역 통신 경쟁력을 높이자는 의견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참석한 유럽 통신사들은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통신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이른바 `망 중립성`에 따른 피해가 심각한데다 재정위기로 여러 난관에 봉착해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에 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유럽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유럽도 미국과 중국처럼 넓은 대륙에서 3~4개 통신사들이 규모의 경쟁을 벌이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기대다. 경쟁 환경이 개선되면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혜택도 커진다.
하지만 국가별 규제나 보조금 체계, 기반시설 등 상이한 상황에서 인프라를 통합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이 관건이다. FT는 기회 비용을 고려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각 국 기업이 공동 출자를 통해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전문회사를 세우는 방안이 우선시된다. 그러나 FT가 입수한 문건에는 범유럽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기업간 합병이 고려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그간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유럽 통합 네트워크 구축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호아킨 알무니아 위원장이 직접 나서 대화를 주도한 것이다. 그는 단일 시장 구축에 반대했지만 이번 네트워크 인프라만큼은 전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유럽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구축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일”이라며 “그간 장기적인 매출 감소세를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