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무선 통신 모뎀(베이스밴드) 전력관리 기술을 앞세워 무선통신 칩 시장 패권 구축에 나섰다. 고주파(RF) 전력 부품의 베이스밴드 칩 종속성이 더욱 커지면서 퀄컴의 영향력도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올해부터 `엔벨롭트래킹(envelop tracking)`이라는 전력관리 기술을 도입한다. 베이스밴드를 출력 수준에 따라 나눠 베이스밴드와 전력관리반도체(PMIC), 무선전력증폭기(PA) 등과 연동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전력관리가 중요한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시장에 최적화된 베이스밴드를 공급한다는 기술 전략이다. 이 같은 행보가 베이스밴드 칩 연동 부품의 퀄컴 종속성을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베이스밴드 종류가 다양해지면 세트 업체가 PA 협력사를 선정할 때 퀄컴의 연동 인증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퀄컴이 레퍼런스 보드를 제작할 때 검증을 해줬는지에 따라 전력 반도체 업체 간 수주 실적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신 방식이 롱텀에벌루션(LTE)으로 전환되면서 국가별·통신사별 주파수 구간이 41개로 다양해진 상황에서 베이스밴드 연동 부품들은 베이스밴드 주파수와 전력 요구 수준에 맞춰 일일이 사양을 바꿔야 한다. 퀄컴은 베이스밴드, RF트랜시버, PMIC,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 통신 솔루션을 총망라한 제품군을 갖췄다. PA에 대한 영향력까지 가져가면 통신 솔루션 생태계는 퀄컴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미디어텍과 삼성전자, 브로드컴이 퀄컴을 추격하고 있지만 4세대 이동통신 LTE 베이스밴드 칩을 아직 출시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CSR 무선사업부문을 인수해 제품군 확장에 나섰지만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통합 칩은 아직 개발 중이다. 와이파이·블루투스·베이스밴드 통합 칩 개발도 과제다. 통신 솔루션 분야 1위 업체 브로드컴은 근거리무선통신(NFC) 통합 칩을 출시하는 등 추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베이스밴드 통합 칩이 없는 상황에서는 힘에 부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미디어텍의 기술 수준이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분간 퀄컴이 스마트 시장의 RF 생태계를 독식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