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50>전문가의 전문성은 측은지심에서 비롯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아레테(arete), 즉 미덕을 갖춘 최고 경지의 전문성도 결국 전문가의 전문성을 개인의 안위와 이기적 목적 달성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기꺼이 활용하려는 마음 씀씀이가 담겨 있는 것이다. 미덕을 갖춘 전문가일수록 타인의 아픔도 마치 나의 아픔처럼 느낀다.

공자에 따르면 인자(仁者)는 천지만물을 한 몸이라고 여기므로, 어떤 것도 자신의 일부가 아닌 것이 없다고 한다. 인(仁)의 핵심은 측은지심(惻隱之心), 타인의 아픔을 마치 나의 아픔처럼 느끼는 마음 씀씀이다. 전문가일수록 지식인수록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돈 많은 부자일수록 가져야 되는 최우선적 덕목이 바로 측은지심이다. 측은지심이 없는 사람, 인정사정 가리지 않고 자기목적과 안위만을 챙기는 사람, 이런 사람이 많은 사회일수록 겨울이 아니어도 싸늘하고 추운 계절이 계속된다. 차가운 머리로 논리적으로 계산한 다음 측은지심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머리가 발동되기 이전에 따뜻한 가슴이 선뜻 나서서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한 시점이다.

측은지심을 갖고 있는 전문가일수록 삼라만상과 자신이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다는 말처럼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나 사물과도 한 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아픔은 곧 나의 아픔이기 때문이다. 미덕을 갖춘 전문가일수록 자신의 전문성이 다른 사람과의 부단한 상호작용 과정을 통해서 축적된 사회적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전문성의 축적과정이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보듬어주면서 생긴 사회 역사적 성취물이라고 생각하기에 다시 자신의 전문성으로 그들이 겪고 있는 아픔을 보듬어주는 데 활용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타인의 아픔을 따뜻하게 감싸안아주고 보듬어주는 전문가가 지금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전문가상이다. 많이 아파본 전문가일수록 아픔을 겪고 있는 비전문가의 아픈 마음을 가슴으로 생각할 줄 안다. 머리로 생각하고 계산하는 전문가보다 가슴으로 생각하고 진정으로 아껴주려는 마음이 앞서는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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