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49>눈이 멀어야 사랑이 시작된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든 사물에 대한 사랑이든 사랑은 눈이 멀어야 본격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시작한 사랑이 시간이 지날수록 눈이 멀기 시작한다. 일단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렵다. 상대에게 마음을 빼앗긴 사람은 눈을 아무리 크게 뜨고 봐도 잘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그 사람의 환상이나 사물에 대한 추억이 미화(美化)되어 아른 거릴 뿐이다. 눈에 콩깍지가 낀 것이다. 그 순간 바로 눈이 멀어서 자세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현실보다 이상이, 일상보다 환상이 앞을 가린다.

잘 보이는 선명한 인상은 잘 보이지 않는 다른 인상 덕분에 유난히 자꾸 생각하고 싶은 욕망이 겉으로 표현될 이미지일 뿐이다. 내가 있는 그대로의 상대나 사물을 보는 게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이기 시작하고 내가 믿고 싶은 방향대로 보이기 시작하며, 내가 보고 싶은 욕망대로 보이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렇게 활화산 같은 불꽃이 피기 시작하면 한 동안 모든 세상이 나의 세상처럼 달려온다. 장애물도 걸림돌도 모두 방해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뭐든지 극복하고 뛰어 넘어서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되는 속도로 달려간다. 그렇게 달려가도 지치지도 않는다. 피곤하지 않다. 날이 갈수록 피가 거꾸로 흐를 정도로 뜨거운 피가 솟구치며 열정이 불타오르고 심장박동이 강렬해진다. 심장박동의 강렬함은 곧 감동의 도가니 온도를 높여준다. 감동의 도가니탕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끓기 시작한다. 감동의 도가니탕을 끓이는 불꽃은 더욱 세차게 타오르며 도가니탕은 끓어 넘쳐날 지경에 이른다. 끓어오르는 도가니 탕 안에는 그 어떤 고민도 걱정도 순식간에 녹아 없어져버린다.

눈 뜨고 시작한 사랑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되면 눈이 멀어진다. 하지만 멀어진 눈이 점차 가까이 다가오면서 다시 눈이 뜨이기 시작하면 사랑은 끝을 향해 고속열차를 탈 수 있다. 사랑이 계속 유지되려면 눈이 먼 상태로 가급적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 그대 지금 하는 사랑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가? 눈을 감아라! 눈 먼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길만이 사랑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당신이 눈을 부릅뜨는 순간 사랑은 눈처럼 순식간에 녹아 어디론가 사라질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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