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미래창조과학부, 잡탕은 곤란

`고토회복(故土回復).` 지금부터 4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산산 조각난 해당부처 공무원들이 없어진 조직을 아쉬워하며 늘 외치던 구호였다. 부처 개편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기자조차 동화할 정도로 엄청 서러워했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다시 관가가 술렁인다. 인수위 활동에 탄력이 붙으면서 부처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했다. 차기 국정방향에 따라 쪼개지거나 신설되는 부처가 나올 수밖에 없으니 공무원 입장에서는 비상한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다. 사실 일면만 보면 부처 이기주의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 보면 집권 5년을 이끌 추진 동력이 정부 조직이라는 면에서 오히려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

이미 박근혜 당선인은 부처 개편과 관련해 몇 가지를 약속했다. 그 중에서 가장 확실한 거버넌스 공약이 `미래창조과학부` 설립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당선인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창조경제를 이끌 새로운 독임부처가 신설될 게 확실하다. 새 부처 밑그림에 따라 교육과학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문화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다른 부처의 명암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 미래창조과학부의 정확한 위상과 역할은 나와 있지 않다. 단지 옛날 과기부를 중심으로 옛 정통부를 비롯한 지금의 지경부·문화부·기재부·교과부 일부 기능을 합치는 모습인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정도를 맡을 것으로 어렴풋이 점쳐진다.

미래창조과학부 필요성에 딴죽을 걸고 싶지는 않다. 우려스러운 점은 자칫 죽도 밥도 아닌 `잡탕`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우다. 무엇보다 존재 의미가 불분명하다. 미래, 창조, 과학 모두 중요하고 차기 국정을 위한 핵심 키워드다. 하지만 그뿐이다. 간판은 멋있는데 뜬구름 잡듯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새 부처는 욕심내지 말고 딱 두 가지만 해결했으면 싶다. 바로 미래 먹거리 발굴과 기존 산업의 업그레이드다. `미래`에 방점을 찍기 위해서는 고급인재를 담당하는 대학을 포함해 연구개발, 과학 분야에 확실한 거버넌스를 가져야 한다. 이전 과기부보다 훨씬 조직도 커지고 세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전통산업을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게 `융합`해야 한다. 이른바 산업 구조의 `변환(Transformation)`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산업 분야를 직접 아우를 필요는 없다. 개별 산업 진흥과 관련한 업무는 지금까지 잘해온 부처에 맡기면 된다. 단지 융합 방향을 수립하고 필요한 예산, 기술, 인프라, 인재를 지원하며 각 산업 진흥 부처를 조정하는 역할에 만족하면 된다. 과유불급이라고 차라리 조금 모자라지만 경쟁을 시키는 게 넘치는 것 보다 낫다. 이미 과거 부처 개편 과정에서 이를 뼈저리게 경험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