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단상] 기업 수준에 맞는 지식재산(IP) 보호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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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은 제조기술력을 무기삼아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제 한계에 달해 오히려 중국 등 후발 개도국의 추격을 받거나 추월당하는 처지가 됐다. 앞으로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하면서 해당 분야를 이끌어 가는 선도자(First Mover) 역할이 중요하다. FTA 체결로 관세장벽이 낮아져 경제 영토가 넓어진 반면 국내외 기업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지식재산(IP)을 활용한 합법적인 경쟁우위 확보 전쟁이 더 치열해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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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나치게 낮은 IP보호수준으로 인해 기술벤처가 성공할 수 있는 출구가 막혀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수인재는 이공계를 기피하고 유명 공과대학 졸업생이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몰리는 현상이 극심하다. 결과적으로는 국가장래를 담보할 먹거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역량 있는 벤처기업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도전해 사업이 좀 되면 모방 기업이 경쟁적으로 시장에 뛰어 들어 좁은 시장이 난장판이 됐다. 힘들게 비즈니스를 성립시킨 선도 기업은 분쟁에 휘말려 R&D 투자 회수는커녕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소송비로 자금난에 허덕인다. 결국 해외 시장은 밟아보지도 못한 채 도산한다. 후발 모방 기업도 소송으로 인한 출혈과 서로 제 살 깎는 하향 평준화 시장의 악순환에 빠져 서서히 퇴출된다. 우리 벤처생태계는 성공하는 기업이 나타나기 어렵고 모처럼 형성되던 시장조차도 초토화되기 일쑤다.

수준 낮은 IP 생태계에서 호황을 누리는 영역이 있다. 법조계다. 원칙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혼탁한 환경에서 기업 간 분쟁이 격화될수록 소송 대리인은 바빠진다. 시간을 투입하는 만큼 돈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에 IP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소송당사자(권리자와 침해자) 출혈이 막대하지만 누구도 분쟁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서 결국 기업은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든다. 당사자 간 협의도 시도해 보지만 특허 등 분쟁대상 권리에 대해 무효판결 비율이 높고 특허기술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법원 판결 또한 예측하기 어려워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 그래서 자율적인 분쟁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IP제도는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국가가 많은 노력과 투자를 요하는 혁신활동을 유인하기 위한 방편으로 부여하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사회적 도구(tool)다. 지식경제시대에 부합되게 우리 IP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시장에 도전하는 중소벤처가 상향평준화돼 고급 일자리와 성공 신화에 등장하는 벤처 수가 늘고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 더 이상 국회, 법원, 국가지식재산위원회, 특허청 등 관계 기관이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새롭게 탄생할 차기 정부에 기대를 걸어본다.

김길해 피앤아이비 대표 kimkh@pni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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