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치러진 일본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압승으로 `엔저 기조`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문가들은 엔저 기조가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수출기업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17일 KOTRA·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자민당 정권은 침체한 일본 경제를 되살리고자 대규모 추경 예산을 편성해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디플레이션 탈피·엔고 시정을 위해 금융완화시책을 도입해 엔화 가치 하락을 부추길 것으로도 예상된다. 일본 주요 연구소는 내년 상반기 엔·달러 환율이 84~87엔 수준을 나타내다가 연말에는 90엔으로 상승할 것으로 봤다. KOTRA 관계자는 “총선 이후 일본 새 정부의 최대 과제는 경기부양인 만큼 엔화 약세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약세로 해외 시장에서 일본 상품 가격경쟁력이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 기업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수출 업체 789개사를 대상으로 엔화 약세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41.0%는 수출 경쟁력 약화 및 향후 새롭게 나타날 경쟁 구도를 우려했다. 반면에 `우리 기업이 경쟁력 우위에 있어 영향이 없다`는 답변은 4.6%에 그쳤다. 나머지 50.6%는 `일본 기업과 경쟁이 없어 영향이 없다`고 밝혔으며, `일본 수입 비중이 커서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3.9%였다.
신임 아베 정권의 외교·안보 정책도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중국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아시아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 아베 정권이 강경 입장을 취할 경우 한일과 중일 간 관계 악화 가능성이 있다고 무역협회는 분석했다.
명진호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기업은 엔저·원고 등 환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품질, 디자인 등 비가격 경쟁력 강화와 함께 결제 통화 다변화 등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정부는 일본의 우경화가 우리 수출과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표】최근 엔저·원고 현상 추이
※자료:한국무역협회(한국은행, 일본은행 자료 인용)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