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백본망에 데이터 처리와 전송 기능이 통합된 시스코 솔루션을 도입해 통신장비업계가 촉각을 곤두 세웠다. 시스코와 KT간 전략적 협력이 가속화 돼 자칫 사업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서울-부산을 잇는 100기가(G)급 IP 백본망에 시스코 솔루션 `IPoWDM`을 적용하고 이를 `초광대역 융합 데이터망`으로 명명했다.
IPoWDM은 IP 신호를 처리하는 데이터 인프라(라우터)에 전송장비(WDM) 핵심 기능인 장거리 광전송기술(고밀도파장변환기술)을 붙여 백본망을 통합 인프라로 제공하는 기술이다.
기존 데이터망과 전송망으로 분리된 통신망 구조를 합쳐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든 셈이다. 차세대 올(ALL) IP 네트워크는 라우터를 중심으로 전송 기능을 품은 시스코의 `IPoWDM`과 알카텔루슨트, 화웨이 등이 주도하는 광전송에 특화된 `POTS(Packet Optical Transport System)`로 나뉜다.
국내 업체는 대부분 POTS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해왔다. KT 망에 데이터와 전송을 합쳐진 IPoWDM이 확산되면 POTS는 물론이고 기존 WDM 비즈니스까지 사실상 사업 기회를 잃는다.
시스코는 그동안 KT에 지속적으로 IPoWDM 등 전송과 데이터 영역을 융합한 기술을 제안해왔다.
본지 10월 29일자 8면 참조
KT 역시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시스코 망 진단 컨설팅을 받는 등 IP 네트워크와 망 운영 효율화를 목적으로 신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왔다.
업계는 KT의 IPoWDM 도입이 시스코와 KT 협력이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전송장비를 생산하는 국내업체 한 임원은 “시스코 방식대로 데이터와 전송 영역을 합치는 구조로 네트워크를 만들면 결국 처음과 끝이 동일한 벤더(공급사) 장비로 구축돼야 하는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며 “타 사업자 참여 기회가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전송과 데이터 영역을 합치는 것이 망 안정성에 오히려 불안감을 더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는 이 같은 이유로 데이터와 전송을 분리해 운영하는 전략을 고수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사 네트워크 엔지니어는 “IPoWDM은 망을 제어하기 위해서 백본 전체를 건드려야하는 부담이 있다”며 “장애가 나면 전체 망이 다운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T는 차세대 네트워크를 위한 폭넓은 시도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정 기술방식을 통해 망을 확장하는 것이 아니고 필요 구간 상황에 따라 최적의 망 구성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기술방식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KT는 PTOS 방식 알카텔루슨트 장비를 도입한 캐리어이더넷 시범 사업도 12월 시작했다.
KT 관계자는 “KT가 최근 3년간 구축한 유선 네트워크 인프라에서 국산과 외산 비율이 각각 72%, 28% 수준”이라며 “지속적으로 국산 장비를 도입해 국내 제조사의 기술력 제고, 신기술 개발 유도, 제품 경쟁력 향상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