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블랙아웃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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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깜박합니다.” 최근 만난 공기업 발전사 사장의 근심 섞인 말이다.

기록적인 한파가 계속되면서 전력수급 역시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이어진다. 공급예비력 최대유지선인 400만㎾가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진다. 전력경보 `관심` 단계가 수시로 떨어진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초 하계피크보다 동계피크를 더 걱정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전력거래소가 전압 조정과 비상발전기 가동, 발전소 추가출력, 수요관리를 한전에 요청하는 순간에도 예비력은 400만㎾를 오르내렸다.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했다`며 전력 피크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대규모 정전사태 불안감이 커지면서 산업계도 절전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피크시간에 난방설비 가동을 중지하고 사무실 일부를 소등한다.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관리감독 부실과 안전점검 소홀 등으로 툭하면 원전이 멈춰서는 일이 반복됐다. 전력공급의 31%를 차지하는 원자력은 기저발전의 일선에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관심` 단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100만㎾ 대형 원전이 1기라도 가동을 멈추면 예비전력이 사실상 고갈 상태에 이를 심각한 상황이다. 깜박하면 대정전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당장 다음 달이 고비다. 지경부는 새해 1월 3∼4주에 최대수요 7913만㎾, 예비전력 127만㎾로 올겨울 최대 전력수급 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가동이 멈춘 영광원전 5·6호기 운전을 전제로 한 것이다. 대미경제사절단과 함께 미국을 방문 중인 홍석우 지경부 장관이 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한 것도 이 때문이다. 12시간을 날아온 그는 곧바로 영광원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역주민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절전을 호소하는 백 마디 말보다 직접 몸으로 부딪혀 전력위기를 해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다.

품질검증서 위조 등 각종 비위와 은폐로 얼룩진 영광원전 5·6호기에 지역주민들의 신뢰는 깨질대로 깨졌다. 주민 분노는 충분히 공감한다. 원전 안전 문제는 지역주민 삶에 가장 큰 위험 요소다. 특히 땀과 정성으로 애써 생산한 농작물 피해 우려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양날의 칼이지만 전력수급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이 대안일 수밖에 없다. 지금 돌아가고 있는 원전 18기를 모두 끄고 화력과 신재생 등으로 전력을 공급하면 전기요금을 지금보다 5배 이상 인상해야 한다. 이를 수용할 전기 소비자는 아무도 없을 듯싶다.

어떠한 때라도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블랙아웃만은 막아야 한다.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하루 50억원의 수요관리 비용이 투입된다. 지난 하계피크에 들어간 비용을 더하면 올해 4000억원을 웃돈다. 심지어 `지원금 곳간`도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 언제까지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소중한 혈세를 전력위기를 막는 단기처방에 투입할 수는 없다.


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