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삼성, 이젠 SW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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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최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총괄책임자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격상했다. 소프트웨어(SW) 개발 담당 임원도 대거 승진했다. MSC는 SW와 콘텐츠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내 최고 SW 조직이다. 삼성의 `SW 우대`를 보는 것 같아 반갑다.

문득 5년 전 일이 생각났다. 임베디드SW 분야에서 유명한 모 교수가 당시 기자에게 “삼성전자가 이대로 가다가는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키아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1위로 군림하던 때다. 그 교수가 삼성 추락을 언급한 것은 SW 때문이다. SW가 취약한데 경영진이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시 삼성 휴대폰은 노키아보다 SW 파워가 약했다. SW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않았고 버그도 많았다. 그 교수는 “앞으로 SW가 휴대폰 경쟁력을 좌우할 텐데 삼성 경영진이 하드웨어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아이폰이 나왔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고 세상이 뒤집어졌다. 삼성보다 뛰어난 SW 파워를 갖춘 애플이 승승장구했다.

스마트폰은 일종의 컴퓨터다. 피처폰과 달리 운용체계(OS)와 중앙처리장치(CPU)가 있다. 오랜 컴퓨터 역사를 지닌 애플이 잘나가는 이유다. 애플은 지난 수십 년에 걸쳐 SW 기술을 축적했다. 애플의 화려하고 유연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는 컴퓨터 시절부터 유명하다. 삼성의 SW 역사는 짧다. 아키텍트 제도를 도입해 육성한 게 2006년이다. MSC는 2008년 6월 만들어졌다.

디자인 분야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삼성의 SW 경쟁력은 충분히 정상 고지에 오를 수 있다. 삼성이 디자인 경영을 시작한 것이 1993년이다. 이후 디자인학교(SADI)를 세웠고 세계 각지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근 20년간 디자인 경쟁력 향상에 매진했다. 그 결과 `보르도TV` 등 세계적 히트 상품이 쏟아졌다. 각종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삼성이 SW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DNA도 바꿔야 한다. 아직 삼성의 SW DNA는 창의보다 관리에 가깝다.

얼마 전 만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삼성 출신의 뛰어난 인도 개발자를 구해 기분이 좋다”면서 “삼성에서 적응하지 못한 인도 개발자들이 많이 나온다”고 들려줬다. 개발자들은 어떤 면에서 예술가다. 자유롭게 상상하기를 즐긴다. 개인적이고 때로는 괴팍할 정도로 신경질적이다. 관리에 어울리지 않는 `족속`인 것이다. 바둑 10급이 스무 명 있어도 9단 한 명을 못 당한다. SW도 마찬가지다. 한 명의 뛰어난 개발자는 스무 명의 개발자가 못하는 일을 해낸다. MSC 초대 센터장이었던 이호수 부사장은 기자에게 “(MSC 내에) 천재급 아키텍트가 몇 명 있어 예의 주시하며 키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 아키텍트가 남아 있는지 궁금하다.


방은주 경인취재 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