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연간 무역 규모 1조달러를 돌파했다. 유럽발 금융위기 여파에도 수출은 10월과 11월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지난달 수출 규모가 477억9500만달러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올해는 이탈리아를 600억원가량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무역 8강에 진입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일궈낸 값진 실적이었기에 더욱 빛을 발한다.
2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을 찬찬히 뜯어보면 석유제품이 숨은 공신이다. 석유제품은 올 들어 11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과거 자동차와 반도체가 대변하던 수출 품목에서 석유제품이 새로운 `수출 대명사`로 부상한 셈이다. 석유제품은 지난달까지 전체 수출액 가운데 10.3%를 차지했다. 원유 정제로 생산되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8.4%)을 합하면 전체 품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7%로 높아진다.
그간 정유업계는 석유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태생 배경을 벗어나 수출기업으로 우뚝 성장했다. 내수에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없어 정제고도화 시설과 중질유분해시설 등에 각 1조원씩 들여 기술을 개발, 수출 기반을 마련했다. 석유제품이 수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이유다. 이번 무역의 날 행사에서 정유 4사가 수출액 상위 기업에 수여하는 `수출의 탑`을 휩쓴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정유사들은 수출 1조달러 달성에 큰 역할을 했음에도 `미운 오리` 신세라고 하소연한다. 기름값을 향한 국민들의 감정적 반감에 눈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에서 기름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알뜰주유소` 정책 여파로 어려움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일부 정유업계는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지금, 굳이 욕을 먹으면서까지 정유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는 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정유산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찬밥 신세인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는 없다. 정유산업은 우리나라 무역수지 개선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국가 수출산업으로 당당하게 인정받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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