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를 이끄는 주요 대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다.
세계 경기 불확실성과 내년 새 정부 출범을 이유로 지나치게 현금(현금성자산 포함) 쌓기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주요 기업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금보유액은 올해 들어서만 4조1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지난해 말 14조6917억원이었던 삼성전자 보유 현금은 지난 9월 말 18조8235억원으로 늘었다. 2010년 말(9조7914억원)과 비교하면 갑절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렇게 현금 보유고를 키운 삼성전자는 시설 투자는 크게 줄였다. 지난 1분기 7조7593억원을 시설투자에 쏟아 부었던 삼성전자는 2분기에 6조1887억원으로 줄이더니 3분기에는 4조5354억원에 그쳤다. 3분기 투자금액은 지난 2010년 1분기(4조1415억원) 이후 10분기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LG전자도 비슷한 상황이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설비투자에 1조1280억원을 투자해 올해 연간 목표로 세운 1조6000억원을 달성할지 미지수다.
이에 반해 현금은 올해 들어 9개월 동안 3164억원이 증가해 2조6618억원을 보유중이다. 현대자동차도 곳간에 현금이 쌓여가고 있다. 2010년 말 6조2158억에서 지난해말 6조2319억으로 소폭 늘었다가 올 9월말에는 7조4천716억으로 급증했다. 9개월간 1조2397억원 증가했다.
기아차도 작년 말 2조3041억에서 9월 말에는 2조5257억으로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설비투자는 9월 말 현재 각각 1조5000억원, 8000억원 수준으로 작년 수준에 못 미쳤다.
포스코 현금 보유액도 5조1236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250억원 늘어났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을 키운 기업들은 그나마 세계적 불경기에도 기술 경쟁력과 점유율을 높여나간 기업들”이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과를 냈다면 그 성과를 투자 쪽으로 돌려 산업에 피가 돌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 기업일수록 앞날이 불투명할 때 오히려 필요한 투자를 하고 인재를 확보하는 전략을 펴왔다”고 덧붙였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