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클라우드법 제정 작업이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 반발에 부딪힌 것은 클라우드 정책이 국가 간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실제로 미국 정부의 클라우드 전략을 진두지휘하는 비벡 쿤드라 미국연방 정부최고정보책임자(CIO)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데이터 주권 문제가 국제법으로 이슈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반 기업이나 혹은 개인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해 해외 지역에 관련 데이터를 저장했을 때, 데이터 소유권 귀속 여부에 따라 법적 통제권 등이 달라진다. 즉, 향후 국가 간 `데이터 정보주권` 문제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클라우드 법안 제정 작업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외국에도 전례가 없는 클라우드 법안을 만드는 것에 여러 나라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는 국경 제한 없는 서비스여서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클라우드법 제정에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 같은 움직임에 정부가 미리 대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클라우드법 제정에 나서자 여러 우려들이 쏟아졌다. 실제로 방통위와 지경부는 클라우드법 제정을 놓고 여전히 신경전을 벌인다. 방통위는 글로벌 기업의 시장선점에 앞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보 유출·소실 등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자의 안전한 이용 환경을 위해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지경부는 방통위의 클라우드 법에 지나치게 규제 조항이 많아 오히려 산업 활성화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규제를 그대로 진행하면서 글로벌 기업만 외국 정부의 압박에 따라 예외로 한다면 국내 기업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기업은 규제가 글로벌 기업의 시장 진입을 늦추게 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국내 기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 사업자들의 진입 장벽도 막는다. 국내 기업 간 경쟁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이용자 편익을 높인다는 입법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가 올해부터 추진해 온 클라우드 서비스 인증제는 KT, SK텔레콤을 제외하고는 인증 받은 곳이 아직 없다. 비슷한 시기에 신청서를 냈지만 인증 기준에 맞춰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려 시장 진출이 늦어진 셈이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는 제정안에 최소한의 규제만 정하고 글로벌 기업과 국내 사업자들이 선의의 경쟁을 시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균형 잡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특히 이용자 보호와 같은 법규는 법적 규제보다 이용자와 사업자간 약관 등으로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