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포커스]추운 겨울을 이기는 과학

겨울이 빨라지고 있다. 가을이 언제였는지 모를 만큼 매서운 추위가 왔다. 사람들은 서둘러 겨울옷을 꺼내 입는다. 내복을 입고 여러 겹의 옷을 껴입는 등 나름 방한 대책을 세워도 찬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한 의류매장 앞.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입장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은 전국 매장에서 방한 내의로 유명한 `히트텍`을 반값으로 판매하는 날이다. 한참을 밖에서 떨다 겨우 매장 안으로 들어갔지만 이미 제품은 동이 났고 텅 빈 진열대를 뒤로하고 매장을 나왔다. 이날 히트텍을 판매한 업체는 평소보다 3배 높은 매출을 올렸다.

히트텍의 인기는 신축성과 착용감이 좋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히트텍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데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히트텍은 아크릴 41%, 폴리에스터 36%, 레이온 20%, 폴리우레탄 3%로 만들어졌다. 히트텍을 입으면 따뜻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인체에서 분비되는 땀 때문. 히트텍 자체가 발열하는 것이 아니라 수분이 면이나 합성 섬유에 흡수되면서 발생하는 열에너지가 몸을 따뜻하게 한다. 땀이 많이 나지 않는 체질이면 히트텍 효과를 못 볼 수도 있다.

히트텍처럼 신기술을 이용해 발열 기능을 갖춘 것에는 상전이물질(PCM)을 이용한 섬유도 있다. 열저장 방출 섬유라고 불리는 PCM은 원래 우주 기술이 적용된 섬유다.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온도가 낮은 우주공간에서 우주인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된 신개념 물질이다. 상전이물질의 특성이 온도에 따라 기체, 액체, 고체 등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 때 대량의 열을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다. 이 물질을 캡슐 형태로 만들어 섬유에 흡착시킨 것이 PCM 섬유다.

2009년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서도 자체적인 PCM 섬유 제품을 만들었다. 외부 온도 변화에 맞춰 반복적으로 열 저장과 방출을 해 쾌적성을 높인 온도 조절 기능섬유다. 열 저장 기능 10J/g, 열 방출 기능 9J/g 이상의 성능을 낸다. 비열(J/g)은 어떤 물질 1g을 1도 높이는데 필요한 에너지 단위다. 이 섬유는 스포츠웨어·레저웨어·언더웨어·정장용 안감지·셔츠·아웃도어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IT가 적용돼 발열 기능을 내는 융합 섬유도 있다. 섬유 자체나 직물 내부에 발열선을 내장해 착용자 온도를 조절하는 원리다. 실생활에서는 쉽게 보기 어렵지만 상용화를 위해 연구개발(R&D)이 한창이다. 현재는 탄소섬유와 7.4V 리튬이온전지를 이용한 발열 조끼, 건전지를 이용해 5분 만에 40도로 온도 상승이 가능한 자켓, 전도성 잉크로 섬유에 발열부를 인쇄한 점퍼, 5시간 동안 발열 기능을 가진 무게 70g 장갑 등이 출시됐다.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시장 형성 단계며 2년 이내 시장이 확산돼 일상생활에서도 따뜻한 겨울을 보내는 아이템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까지는 섬유에 까는 발열선을 금속성 소재로 이용해 공기가 통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현재 전도성 잉크 코팅사·전도성 고분자 제품 등 유기 전도선을 이용해 통기성을 높이고 발열 구조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발열 IT융합섬유 제품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전원과 컨트롤 시스템이다. 현재 기술로는 세탁 시 전원 공급 장치나 컨트롤 시스템을 옷과 분리할 수밖에 없다. 전원 공급 시간이 최대 10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세탁할 때 장치를 따로 떼어내지 않기 위해서는 장치를 직물 기반회로 기술이 필요한데 고분자 실링(마감)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한국섬유산업협회가 올해 발표한 `섬유 IT융합 이슈 리포트`에 따르면 전지를 사용한 전원 시스템의 공급 시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태양광이나 압전 시스템을 이용한 신재생 에너지 발전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섬유형 태양전지시스템이 개발될 경우 가장 이상적인 발열 IT 융합섬유 기술이 될 전망이다.

태양광 발전 기술을 응용해 발열 에너지로 삼는 기술은 5년 뒤에는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태양에너지 열 효율을 3%이상 낼 수 없다. 직물의 경우 3% 효율이면 상업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고 있다. 섬유에 직접 전극을 인쇄해 섬유 위에서 태양전지 모듈을 구현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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