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0년 역사를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는 한국인이 만든 독특한 모양의 노트북이 영구 전시돼 있다. `넷보드(Netboard)`라는 이름의 이 노트북은 스케이트보드 모양의 혁신적 디자인으로 SFMOMA의 호평을 받았다.
이 `넷보드`를 디자인 한 사람이 데미안 김 성균관대 스마트융합디자인(스마디)연구소장이다. 디자인 분야 세계 톱랭크 대학인 미국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Art Center College of Design)`을 졸업한 그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가 주는 `최고혁신상(Best Innovation Award)`를 두 번이나 받은 산업디자인 분야 전문가다.
그는 디자인에 대한 정의부터 남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예쁘고 멋진 형태와 색깔을 가진 사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생각의 방식`입니다. 즉, 명백하고 암시적이고 표현되지 못한 사람이나 기업·사회·환경, 그리고 글로벌 커뮤니티의 요구와 문제를 논리적으로 때에 따라서는 감성적으로 표현해 풀어주는 생각의 방식이 디자인입니다. 그리고 디자인은 디자이너라고 명명된 사람만 하는게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 수행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중학교·고등학·대학을 나온 그는 1993년 한국에 돌아와 삼성전자에서 첫 직장생활을 했다. 이후 삼성이 미국에 세운 디자인전문회사(SDA)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등 삼성전자에서 약 7년간 근무한 후 2000년 필립스로 옮겼다.
필립스에서 매출 향상에 기여한 공로로 `일등 판매 향상상`을 받는 등 삼성과 필립스에서 혁신적 전자제품을 디자인했다.
2년전 `플립디자인(Flip Design)`이란 디자인 전문회사도 창립한 그는 “삼성과 필립스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습니다. 기업 경험은 나에게 디자이너로서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라고 회고했다.
두 회사의 디자인 경쟁력에 대해 “삼성은 속도가 빠른 `스피드 보트`고 필립스는 `거대한 화물선`”이라며 “스피드보트는 트렌드에 신속히 대응하는 장점이 있지만 큰 파도를 만나면 갈팡질팡 합니다. 반면에 화물선은 목표를 정해 운항하며 꾸준히 항해하지만 방향을 바꾸기 어려워 단기 대응엔 약합니다”라고 설명했다.
2009~2010년 고려대와 홍익대에서 산업디자인 강사로도 활동한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성균관대 스마디 연구소장을 맡아 중소기업이 스마트폰과 앱을 활용해 만든 전자기기(스마트 프러덕트)의 명품화를 돕고 있다.
디자이너가 된 동기에 대해 “어릴적 부터 무엇을 부수고 만들고 발견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지금도 디자인을 하는게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며 “디자인은 기업의 긍정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