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QWL 밸리`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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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Valley) 하면 떠오르는 곳. 바로 미국 실리콘밸리다. 원래 이곳은 사과 등 과일 생산지였다. 1950년대 반도체 칩을 만드는 기업이 하나둘 모이면서 실리콘밸리라 부르게 됐다.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꺼낸 것은 `QWL 밸리`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역점 사업이다. 노후한 국가산업단지를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굴뚝 매연 내뿜는 국가산단을 일터·배움터·즐김터의 일할 맛 나는 `3터`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QWL은 `Quality of Working Life`의 약어다. 근로생활의 질을 의미하는 국제노동기구 개념이다.

가동 중인 전국 215개 국가 및 일반산업단지 가운데 준공 20년이 넘은 48곳이 개선 대상이다. 반월·시화 등 네 곳이 시범지역에 선정됐다. 이들 지역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어린이집 개소 등 다양한 31개 사업을 진행한다. 며칠 전에는 홍석우 지경부 장관이 시흥에서 열린 `QWL 밸리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반월·시화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물결을 전국 산업단지로 확대해 산업단지가 제2의 역사를 열어가게 하자”고 강조했다.

QWL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2010년 10월이다. 당시 정부는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QWL 밸리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노후 산단을 스웨덴 시스타 같은 첨단 산업공간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후 산단을 `3터`로 만들기 위한 여러 노력이 펼쳐졌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 산학융합본부를 최근 연 것도 그 일환이다. 산단 근로자에 평생교육을 제공해 산단을 배움터로 만들기 위해서다. 24시간 운영하는 어린이집도 속속 생긴다. 문화 향기도 솔솔 난다. 근로자와 경영자가 참여하는 합창단이 생기는가 하면 문화거리가 조성된다. 이는 모두 산단을 일할 맛 나는 `3터`로 만들기 위한 조치다.

2009년 기준으로 산단은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생산의 60%, 수출의 72%를 담당했다. 우리 경제의 중추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QWL 밸리 조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돈 때문이다. 이미 QWL 밸리 핵심 사업의 하나인 1차 펀드 조성이 자금 모집 어려움 등으로 자산 운용사가 두 번 바뀌는 어려움을 겪었다. 2차 펀드도 경제 불황으로 규모가 1차보다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적은 예산이다. 그 넓은 산단을 일할 맛 나는 공간으로 바꾸는 데 쓸 정부 예산이 1조원이 안 된다.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치지 않을지 걱정된다. QWL 밸리 조성은 내년 하반기부터 다른 산단으로 확대된다. 이 상태라면 다른 산단 역시 잿빛 공간에서 매력적 3터로 환골탈태하는 게 힘들 것 같다.

좋은 수가 없을까. 규제를 확 푸는 것은 어떨까. 산단은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부 서비스업종만 입주할 수 있다. 이를 대폭 완화해 서비스업이 제조업과 함께 산단의 주력 업종이 되게 하자. 어차피 우리나라가 소득 3만, 4만달러 시대를 달성하려면 서비스 산업을 키워야 한다. 필요하다면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방은주 경인취재 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