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사람이 사용하는 디바이스보다 각종 센서, 카메라, 자동차 등 일명 사물로 일컫는 디바이스들이 인터넷에 더 많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IBM은 이 시점을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 탄생 시기라고 말한다.
우리는 현재 주변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지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 인터넷 세상의 길목에 들어섰다. 이런 변화에 대비해 유럽을 중심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은 국가 차원에서 또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다각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향후 미래 IT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전망이다.
# 2017년 12월 어느 날. 대전 출장을 가야하는 공무원 A과장은 아침에 알람시계의 알람을 듣고 일어나서 모닝커피를 마시고 차를 가지고 서울역으로 간다.
A과장에게는 아침에 일어나 서울역으로 가는 단순한 일상이지만, 그가 서울역으로 가는 동안 그의 주변에는 수많은 일이 벌어졌다.
전날 미팅이 1시간 연기됐다는 메시지가 A과장의 알람시계로 전달된다. 그리고 당신의 차에 기차역까지 갈 연료가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한 자동차가 주유를 위해서 5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알람시계에게 보낸다. 하지만 아침에 기차역으로 가는 도로에 사고가 있어 우회하기 위해서 15분 정도가 더 걸린다는 메시지가 알람시계에 도착한다. 당신이 타고자하는 열차노선이 기상상황으로 도착지까지 20분 정도 연착되고 있음이 알람시계에게 도착한다. 알람시계는 1시간 미팅이 연기됐지만 이동시간이 40분 증가할 것으로 판단해 커피메이커가 켜지는 시간을 20분 늦춘다. 또 A과장의 자동차에 밤 동안 쌓인 눈을 녹이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을 판단해서 시동시간을 15분 늦추도록 신호를 보낸다.
# 2017년 12월 출장 다음날.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A과장에게 문자가 하나 왔다. 발신처는 다름 아닌 내 책상위에 있는 화분이다. `난에 물을 주실 때가 되었습니다.`
A씨는 난에 물을 주고 화분에게 답장을 보낸다. 화분에게서 다시 문자가 온다. `고맙습니다.`
사물이 원하면 인간과 소통하고 주변 사물과 소통하며 그 사물의 정보를 얻고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파악해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해 사물 간의 효율성을 유지한다. 일부는 이미 현실화됐고 혹은 조만간 다가올 변화상이다.
사물과 사람, 사물과 사물이 소통하며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IoT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런 생활 주변의 변화뿐 아니라 IoT는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온도, 습도, 조도와 같은 IoT 센서는 대기 중이나 흙속에 있는 습기를 측정한 후 가뭄 위험을 농부에게 경고함으로써 농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또 인터넷에 연결된 IoT 자동차는 교통 흐름을 개선할 수 있고, 원격으로도 운행을 제어할 수 있다. 웰니스 분야에서는 신체 특정 부분을 모니터하는 센서를 연결해 환자와 의사에게 질병을 예방하거나 위험을 경고할 수 있는 데이터를 보내줄 수 있다.
사람 중심의 인터넷이 사물 중심의 인터넷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은 약 20억 명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IBM은 2020년 500억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마켓츠앤마켓츠 보고서에 따르면 IoT 시장 크기는 2011년 440억 달러에서 2017년 290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존 사물통신(M2M)이 이동통신 장비를 거쳐 단순하게 데이터를 전달하는 정도의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간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했다면 IoT는 실세계와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사물들을 네트워크로 상호 연결해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간에 언제 어디서나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미래 인터넷 기술이다. `Internet of Thing`이라는 용어는 1999년 케빈 에쉬튼(Kevin Ashton)에 의해 `객체(사물)를 인터넷과 연결하는 것`이라고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IoT 시대에는 사물과 사람이 결합된 소셜 네트워크가 구성되고 사물 간 지능적인 협업이 가능하게 된다. 또 사물은 사람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사람을 도와줄 수 있고,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사물을 연결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인간과 기기 간의 편리한 정보 제공에서 소통과 교감의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컨설팅업체는 IoT는 사물의 색인 단계에서 지능 단계로 진화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세상의 모든 사물에게 고유한 주소가 부여되고 이런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며 사람은 이런 사물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이 단계를 지나 사물이 서로 대화를 하고 나아가 사물이 지능을 가지는 단계로 발전할 것이란 예측이다.
이런 진화를 가능케 하는 IoT의 핵심 기술은 실세계는 물론 가상세계의 사물을 식별하기 위한 식별 기술, 사물에게 컴퓨팅 능력을 제공하기 위한 하드웨어 기술, 그리고 이러한 사물의 상호 연결을 담당하는 통신 및 네트워크 기술, 그리고 상호 연결된 수많은 사물을 관리하고 지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아키텍처 및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또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기 때문에 보안 및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IoT 핵심 기술이 전통산업에 내재화, 융합화 되면서 기존산업의 혁신은 물론 새로운 산업,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런 변화의 기반은 한정된 상황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현할 수 있는 오픈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활성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오픈 API를 사물에 적용·개방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가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자사의 오픈 API를 개발해 이를 활용한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이 출현하는 것을 돕고 있다. 페이스북이 오픈 API를 개방하자 이에 기반한 응용프로그램이 1년 사이에 3만개나 등장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IoT 시대를 위한 발 빠른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퍼스널 컴퓨터 시대가 열린 1980년대 우리는 인텔, IBM, MS 등에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기술을 전적으로 의존했다. 스마트 혁명을 촉발한 스마트 모바일 시대도 마찬가지다. OS 등 핵심 소프트웨어 기술은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 세계적인 IT 디바이스 제조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모바일 기기에서도 퍼스트 무버의 면모를 살리지 못했다.
주요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IoT 시대를 대비해 사물이 연결된 지능화 커뮤니티와 도시와 국가를 변혁시키는 인프라로서 IoT 투자를 늘리고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핵심부품, 단말 기술, 소프트웨어 기술 등 IoT 디바이스 원천기술 개발과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개방형 IoT 생태계 구축이 절실한 이유다.
◇ 국내외 주요 동향
유럽을 중심으로 주요 선진국들의 IoT(Internet of Things)에 대한 중장기 전략마련은 물론 대대적인 기반마련에 착수했다.
유럽연합(EU)은 2009년 7월에 14개 사물인터넷에 관한 액션 플랜을 발표하며 IoT를 유럽 디지털 아젠다(Digital Agenda for Europe) 우선 추진 과제로 선정했다. 올해는 IoT의 윤리적·법적 체계에 대한 정의, 보안, 안전, 인프라, 윤리, 상호 운용성, 관리 체계, 표준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의견 수렴을 실시하는 등 IoT 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도 사물인터넷산업을 2010년 9월 중국 신흥전략산업으로 지정했다. 이어 국가중장기과학기술발전계획(2006~2020년) 및 2050년 국가 산업 로드맵에도 편입했다. 또 중국 발전개혁위원회는 `사물 인터넷 12차 5개년 계획`을 마련해 스마트그리드, 스마트교통, 스마트물류, 스마트홈, 환경 및 보안 테스트, 공업 및 자동화 제어, 의료·보건, 정밀 농축산업, 금융 및 서비스업, 국방 군사 등 10대 분야를 중점 투자 분야로 지정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는 2025년까지 정치·경제·군사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6대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 분야에 IoT 기술을 선정했다.
일본도 안전한 디지털 안심·안전 사회의 실현을 위한 `i-Japan 전략 2015`에 이용자 관점에 입각한 인간중심 디지털 사회 구현을 위한 사물지능통신을 포함시켰다. 2011년 8월에는 경제산업성에서 IoT를 중심으로 한 IT융합 신산업 창출 전략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정부차원에서 IoT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RFID/USN 기술을 중심으로 산업기술로드맵에 따라 지속적인 기술개발지원 및 IoT관련 산업 육성을 추진했으며, 방송통신위원회는 M2M기술을 중심으로 IoT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산학연 협력을 통해 확보한 USN, M2M 핵심기술은 향후 다가올 IoT 시대에 국내 기업이 핵심 역할을 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국내외 기업 동향
주요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향후 미래 성장동력을 IoT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IBM은 `똑똑한 지구(Smarter Planet)`라는 새로운 혁신 아젠다를 전개하고 있다. 모든 자연과 사람을 연결해 기능화·지능화시켜 에너지·교통·금융·유통·제조·공공안전·도시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똑똑한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 핵심이다. 세상의 수많은 디바이스와 소프트웨어가 네트워킹이 가능하도록 하는 IT기술의 확장을 통해 관련 IoT 전 분야를 IBM의 시장영역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시스코도 `Smart+Connected Communities`라는 혁신 아젠다를 추진하고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통합된 커뮤니티와 도시 활동을 통해 지속적 경제 성장과 자원 관리, 운영 효율을 통한 환경보전을 가능하게 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솔루션으로 제시하고 있다.
`Community+Connect` 솔루션을 통해 집, 학교, 교통 분야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보와 서비스를 시민에게 제공한다. `Community+Exchange` 솔루션을 통해서는 정부 및 지역 파트너들이 해당 시민들에게 자유롭게 거주하며 일하고 삶을 즐길 수 있는 안전한 커뮤니티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시스코가 제시하는 IoT 비전이다.
영국 패치베이(Pachube)는 인터랙티드 환경에서 센서에서 들어오는 실시간 데이터를 관리할 목적으로 2008년에 처음 설립된 회사다. 사람, 사물, 애플리케이션을 IoT에 연결하기위한 목적으로 개발됐다. 수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패치베이 서버에 전송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오픈 API 를 제공함으로서 웹기반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다. 등록한 사람은 전 세계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현재 100개 이상의 국가로부터 수백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가 등록되어 있고 이곳으로 부터 측정한 방사능량, 에너지 소비 및 비용, 기후 관련 정보가 공공안전, 농업, 서비스, 빌딩자동화 등에 이용되고 있다.
EVRYTHNG은 기존 제품을 웹으로 연결해 보다 스마트하게 만들기 위한 `WoT(Web of Things)`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스마트폰과 각 제품을 나타내는 고유한 `Intelligent Identity`를 이용해 제품 생산자와 소비자, 파트너를 직접 웹상으로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EVRYTHNG 엔진기술을 통해 어떤 물리적 제품이든 개인화된 디지털 서비스를 위한 채널 및 일대일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제품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제품에 대한 생산, 판매 및 사용에 관련된 실시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내 기업은 주로 M2M 기반 B2B 모델을 기반으로 사업화를 추진해 왔으나 최근 IoT개념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 모델로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9월 중소기업과 동반성장과 산업활성화를 위해 자사가 개발해온 ETSI 국제표준을 적용한 개방형 M2M플랫폼을 협력사에 무상으로 개방했다. 해외진출을 원하는 협력사가 이 플랫폼을 통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이나 단말기를 세계로 수출할 수 있도록 컨설팅 등 각종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KT도 B2B에 머물렀던 M2M시장 외연을 헬스케어 등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액)가 높은 B2C로 확장하는 한편 플랫폼 호스팅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M2M 기반 플랫폼 구축을 마친 LG유플러스는 올해 커넥티드카(connected car), 자판기 등 스마트 리테일(smart retail), 영상 서비스 등 3가지 분야에 대해 각각 응용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