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특허전 패소에도 통신사 전폭 지원
대만 스마트폰 제조업체 HTC가 통신사업자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2010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최근 실적 악화, 주가 하락, 특허전 패소 등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어 이들의 지원이 더 값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중국 공산당 제 18대 전국대표회의가 진행된 기간 동안 차이나유니콤의 창 시아오빙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HTC 스마트폰은 중국에서 너무 잘 팔리고 있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모바일 등과도 연합해 시장 판도를 바꾸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아오빙 회장은 “내년부터 중국에서 스마트폰 수요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HTC와 강력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이동통신업체가 특정 스마트폰 브랜드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타 업체와 관계를 생각하면 쉽게 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HTC를 그만큼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이들 3대 이통사는 내년부터 HTC 스마트폰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마케팅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피에로 찬 샌포드 애널리스트는 “미국에서 HTC가 이통사들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한 것처럼 중국에서도 마찬가지 전략을 고수할 것”이라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치적인 상황도 HTC에 유리하게 돌아갔다. 쉐어 왕 HTC 회장은 공공연히 HTC를 `중국 브랜드`라고 밝혀 대만인들의 공분을 산 적도 있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마잉추 대만 총통의 친 중국 정책에도 지원을 표명한 바 있다. 이번 공산당 제18대 전대를 거치면서 중국과 대만과 관계가 더욱 공고해져 HTC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HTC는 올해 3분기 중국 시장에서 280만대 스마트폰을 팔았다. 시장 점유율은 5.8%에 불과하지만 애플을 꺾은 것은 물론이고 2분기보다 두 배가량 더 많이 판 수치다. 특히 중저가 시장에서 HTC 브랜드가 환영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까지 성장동력이 더 많다.
익명을 요구한 차이나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서 퇴진하고 있지만 유독 대만 브랜드에 대한 국민 선호도는 확실히 다른 업체들과 다르다”며 “HTC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