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12일 홍완훈 부사장(DS부문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을 전사 조직인 글로벌마케팅실(GMO)로 보직 이동시키는 인사를 단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마케팅 핵심 인사를 전진 배치시켜 전사적인 B2B(기업간거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말 인사를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이어서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특히 최대 거래선인 애플과 부품 수급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는 와중에 핵심 인사를 전격 교체, 애플을 압박하고 이전과는 다른 전략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번 인사 배경은 전사 마케팅 조직인 GMO의 B2B 역량 강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B2B 마케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홍 부사장을 마케팅 조직으로 전진 배치시켜, 전사 차원의 B2B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수시 인사”라며 “그동안 일반 소비자 중심이었던 마케팅 조직에 B2B 사업 노하우를 접목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으며, 이번 수시 인사는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로 애플과 삼성전자의 부품 수급 관련 힘겨루기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애플이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메모리 수급 과정에서 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려는 의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반격 카드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애플과의 메모리 사업 접점이던 마케팅팀장을 교체해 이전과는 다른 전략을 펼치겠다는 것”이라며 “애플의 부품 수급 다변화 전략에 더 이상 수세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메모리사업부장인 전동수 사장이 직접 전략마케팅팀장을 겸임하게 함으로써 이전보다 관련 조직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애플에 공급하는 AP 단가를 올리고,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공급 과정에서도 애플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며 “이전과 달리 반도체 시장이 소수 업체로 재편되면서 공급자 파워가 강해지고 있는 변화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인사는 내부적으로 B2B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대외적으로는 애플을 압박하기 위한 두가지 수를 노린 전격적인 조치라는 분석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