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를 높이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식재산(IP)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요구하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강조돼 왔다. 우리나라에서 이 내용을 경영전략 내에 구체적으로 포함시켜 실천 전략을 구상한 건 실제로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일부 대기업은 IP전략이 비즈니스 방향 설정 전반에 미칠 정도로 파괴력이 있다는 사실을 외국에서 소송이나 특허 기업과 라이선스 협상 등을 거치면서 값비싼 수업료를 내서 체득했다. 대기업은 IP경영 전략을 선도적으로 실행하지만 일부 산업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 분야에서도 사업 수행을 위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IP전략을 제대로 고려하는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
특히 충분한 IP포트폴리오를 구축하지 못하고 IP전략 자체도 구축하기 버거운 중소기업은 IP 업무와 무관한 일반 법무팀에서 IP 전략을 관장하거나, 전체 IP 역량 강화에 대한 분석 없이 연구소 차원에서 변리사와 계약을 맺고 특허 출원 등 개별 사건만 맡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이익을 얻기 위해서나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언제나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수 년간에 걸쳐 특허를 출원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특허 맵을 만들어 부족한 특허를 매입하는 것과 같은 특허 전략을 잘 짰다고 하자. 하지만 누군가가 특허권 침해금지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오거나 협상을 통하여 라이선스료를 받아내지 않는 이상 많은 비용을 투자한 특허가 그 자체로 빛을 발하는 경우보다는 단순히 매몰 비용(sunken cost)으로 치부되는 일도 많다. 혹시나 이렇게 등록한 특허로 과감하게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특허가 특허심판원에서 무효 심결이라도 나는 경우에는 IP부서는 뭐 했냐는 비야냥만 받기 십상이다.
기업 내 법무부서나 준법지원 부서가 돈을 버는 팀이 아니라 돈을 쓰는 팀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기업 리스크 관리를 위한 필요불가결한 부서로 인식되고 있는 것처럼 IP부서도 사업 전체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봐야한다. 또 이를 위해 투자되는 비용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필수 투자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단기간에 뚝딱거려 IP 전략이라고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따라서 구호를 외치며 비용을 집행해 나가는 것은 바늘허리에 실을 매는 것에 다름없다. 그래서 결국에는 제대로 된 특허 공격과 방어가 이뤄질 수 없게 된다. IP전략을 일관된 비전을 가지고 장기간에 걸쳐서 기획하고 실행하되 특히 경영전략 전반에 걸쳐 IP 전략이 고려될 수 있는 각 기업 경영진들의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taeuk.kang@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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