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전역을 강타한 초강력 허리케인 `샌디`의 등장으로 현지 IT업계가 공포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업 활동의 인프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업체, 인터넷업체 등의 데이터센터가 수해를 입어 당분간 업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31일 미국 최대 통신업체 버라이즌 본사 건물은 3피트 이상 물에 잠겨 통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버라이즌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음성과 데이터를 처리하는 인터넷 데이터센터까지 있는 뉴욕 본사가 샌디 피해를 입었다”며 “뉴욕 근방의 통신망 장애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발전 장치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과 아마존 데이터센터는 다행히 버지니아에 위치해 있어 이 정도의 피해는 없다. 하지만 이들 사이트 내 전자상거래 부문에는 배송이 조만간 어려울 것이라는 공지가 걸려있다. 핀터레스트 대항마로 뜨고 있는 뉴욕 기반 팹닷컴(Fab.com) 역시 전원 없이 웹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데이브 길보아 창업자는 “목요일까지도 정상적인 근무가 어렵다”고 밝혔다.
미국 호스팅업체 피어원(peer1)의 경우에는 사전에 공지를 내걸었다. 로버트 미긴스 CEO는 “사이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 데이터는 알아서 백업을 해놓고 상황을 지켜보자”며 “타국으로 우회해 접속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미디어 업체도 비상이다. 허핑턴포스트의 경우 12시간 가량 접속이 되지 않았다. 아리아나 허핑턴 회장은 “갑자기 누구도 온라인에 접속할 수 없어 당황했다”며 “월요일 오후 7시부터 화요일 오전 8시까지 모든 일을 중단해야 했다”고 밝혔다. 버즈피드와 고커 등 IT 전문 매체들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텀블러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올리는 기지를 발휘하기도 했다.
데이터 센터 빌딩들의 피해는 예상보다 적다. 구글이 소유하고 있는 뉴욕 맨하탄 8번가 빌딩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현재 9만 갤론의 예비 디젤 연료 탱크에 의존하고 있다. 무전력 상태에서도 72시간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75 브로드가의 인터넷 센터도 백업 파워 제너레이터를 가동해 움직이고 있다. 제임스 스타텐 포레스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최고 10개가 넘는 곳으로 전력을 분산해놓고 있어야 한다”며 “인터넷 사업자라면 응당 숙지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