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당국의 개입을 의미하는 조치가 가해졌음에도 연속 하락세를 타며 5거래일 만에 10원가량 떨어졌다. 13개월 만에 최저치다. 주식 시장에서도 추가적인 환율하락에 대비해 외국인 자금 동향과 내수 관련주에 눈길이 쏠렸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일 연속 내림세를 보이면서 전날보다 0.8원 하락한 1090.70원을 기록,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갱신했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환율 하락이 시작된 지난달 4일 이후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조원 넘게 팔았다. 이날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회복하긴 했지만 외국인 순매도 기조로 인해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한 달동안 100포인트가량 하락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빠른 환율 하락속도는 국내 기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하락은 자본재 수입 물가 하락으로 이어져 설비투자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고 소비자 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만 현재처럼 물가가 안정되고 기업투자심리가 약화된 상황에서는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만 초래한다”고 말했다. 수출 기업으로서는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환율 절상률만큼 달러 표시 수출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면서 채산성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품목별로는 휴대폰과 자동차의 환율 하락을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능력이 낮아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과거 원화 강세 구간에는 기업실적이 악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나덕승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 구간인 2004년 1분기부터 2007년 4분기까지 기업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이전 대비 각각 5.9%P와 4.8%P 하락했다”며 “수출비중이 높은 산업구조상 원화강세 구간에서 외형성장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고 수입 비중이 낮은 자동차, 선박, 전기·전자 등 업종이 대표적인 피해 업종으로 꼽힌다. 반면에 여행주, 운송관련주, 내수 관련주는 원화가치가 높을수록 이득을 보는 게 일반적이다.
나 연구원은 “원화 가치가 상승한 상태에서는 환위험에 노출돼 있지 않은 내수 관련 중소형주가 유리하다”며 “운송, 여행 관련주 등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제조업 가운데도 환헤지, 환위험 흡수 능력이 큰 대형주는 선방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외 요인으로 인해 원화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민정 연구위원은 “미국의 유동성 확대와 유럽재정위기 진정에 따른 안전자산인 달러와 엔화에 대한 선호가 줄면서 원화가치 상승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요인으로는 국가 신용등급 상승과 경상수지 흑자지속으로 외국인 투자와 달러가 유입되고 있어서 내년까지 원화가치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10월 환율 및 외국인 코스피 매매 추이(단위 원, 억원).
자료 한국거래소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