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변·배전 등 국가 전력망 설비에 대한 정기 검사제도 개선을 놓고 관련 당사자인 한국전력공사와 전기안전공사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검토 중인 검사제도 개선에 따라 전기안전공사가 검사할 경우 양 기관이 예측한 추가 소요비용 차이가 8배가 넘고 있어 제도를 추진하려는 정부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정부는 전력망 설비의 투명성과 안전을 강화하고자 전기안전검사제도를 전기안전공사에 일원화시키는 등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전이 자체 전담하던 송·변·배전설비 정기검사에 더해 전기안전공사가 실시하는 설비 사용 전 검사와 4년 단위의 정기검사를 추가하는 게 골자다.
전기안전공사는 안전점검 및 검사의 객관성을 명분으로 `도입`을 주장했고 한전은 안전점검의 전문성과 업무 효율성 차원에서 `도입 불필요`를 주장해 왔다.
최근에는 국가적 비용 소요가 새로운 논란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전은 검사제도 도입시 매년 1300여명의 추가 인력과 5500억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전기안전공사는 500여명의 인력과 670억원의 예산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인력은 두 배, 예산은 무려 8배 차이가 난다.
양 기간이 소요비용을 계산하는데 있어 참고한 기준은 2004년 지식경제부(당시 산업자원부)가 용역을 실시한 `전기설비 검사제도 개선방향에 관한 연구`로 동일하다. 같은 기준을 두고 8배나 차이나는 비용이 산출된 데에는 각각의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전설비 정기검사의 경우 양기간이 해석한 검사일수가 두 배 이상의 차이다. 한전은 연평균 근무일수 239일에서 이동 및 보고서 작성 등의 시간을 제외해 검사일수를 118.5일로 잡았다. 근무자들의 주요 업무는 물론 추가로 처리해야 하는 잡무까지 포함해 현장 여건을 최대한 반영한 기간을 추산한 셈이다. 전기안전공사는 239일을 모두 검사일수로 포함시켰다. 규정 그대로의 작업일수를 검사일수로 적용한 셈이다. 현장 이동과 보고서 작성 등에 드는 시간의 검사일수 포함 여부를 놓고 해석이 갈렸다.
정전검사 역시 양측의 의견은 달랐다. 한전은 전기안전공사가 검사를 실시하면 휴전상태에서 점검을 하기 때문에 정전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기안전공사는 이미 작년부터 주요 고압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활선상태 점검을 하고 있고 기술과 인력도 갖추고 있어 정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미미하다고 반론했다.
양기관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일각에서는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재언 충북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명확한 책임에 근거해 발전소나 송배전 같은 전문적 검사능력이 요구되는 설비는 집중 점검이 가능한 한전이 자체 검사를 하고 자가용설비나 비주거 다중 이용시설에 검사항목과 범위를 강화해 전기안전공사에 맡기는 게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전기안전공사와 한전은 검사제도에 대해 `도입`과 `도입불가` 입장만 반복하고 있고 절충안에 대해서는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안전검사제도 도입과 관련해 양기관 합의를 통해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조정형·박태준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