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첫 고졸 연구원 3인 "마이스터를 향해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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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연 첫 고졸 연구원으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꿈을 펼칠 기회를 잡은 윤왕호, 노치훈, 김진현 연구원(왼쪽부터).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취업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마이스터`(명장)가 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공부할 것입니다. 부족하다는 소리 안들을 자신 있습니다.”

지난 15일 마이스터고 출신으로는 처음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나경환)에 출근한 3명이 내놓은 포부다. 이 기회를 잘 살려 새로운 삶을 펼쳐 보겠다는 `당찬` 열정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주인공은 김진현(원주의료고 의료기계과 3년), 노치훈(군산기계공고 자동화기계과 3년), 윤왕호(부산기계공고 금형설계과 3년) 연구원 3인이다. 이들은 30 대 1의 경쟁을 뚫고 3배수 추천을 통해 최종 선발됐다.

지지난 주 일주일동안 출연연 입문교육 후, 군대 자대 배치받듯 해당 지역에 발령 받았다. 앞으로 해당 부서인 안산 경기지역본부와 부산 동남권지역본부, 광주 호남권지역본부에서 각각 수습 교육을 받는다.

◇출연연 사상 첫 고졸 선발=이들은 정부출연연구기관 사상 처음으로 `연구원 신고졸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자연스레 주위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생기원은 이들 연봉을 1년차 2300만원으로 책정했다. 직급도 새로 만들었다. 이들은 조원급에 해당한다. 다른 직군과 동일하게 5년 근무마다 원급, 선임급, 수석 등으로 승진할 기회를 공평하게 줄 예정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해 받는 첫 연봉 3000만원과는 약간 차이를 뒀다. 대학재학 및 복무기간 때문이다.

특전도 다양하게 주어졌다. 입사 후 군복무시 휴직 발령과 복직시 군복무 기간을 포함시켜 연봉산정도 해줄 계획이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병역특례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학위취득 기회부여 방안도 고민 중이다.

고교 졸업(예비)생을 선발해본 적이 없는 출연연으로서는 첫 실험대에 오른 셈이어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가능한 혜택을 많이 줘 이 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는 것이 생기원 측 복안이다.

◇“뽑고 나니 잘한 일”=사실 기관 입장에선 돌 하나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인력 부족난을 겪던 생기원이 추가 인력을 뽑을 기회를 잡았다.

대부분 출연연구기관들이 기획재정부에 가서 정원 증원을 요청해봐야 헛걸음하기 일쑤다. 생기원은 고심을 거듭하다 고교 졸업생 선발 쪽으로 돌파구를 모색했다.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니 칭찬받아 좋고, 부족한 인력 충원해서 좋다는 것이 생기원 측 입장이다.

생기원은 올해 3명 선발을 시작으로 내년 6명, 2014년 9명을 채용하는 등 선발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나경환 원장은 “마이스터교장협의회와 지난 해 5월 상호협력에 관한 MOU(양해각서)부터 교환했다”며 “뿌리기술과 관련한 교과과정 개설을 지원하고 교사와 학생들에게 최신 기술을 전수할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중”이라고 말했다.

◇취업 3인 얘기 직접 들어보니=3인 모두 모범생이다. 요즘 젊은이답게 색깔도 분명했다.

“인문계 다니다 실업계로 바꾼다고 하니, 집에서 반대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1년 늦게 시작한 것이어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러다보니 길이 좀 보이더라고요.”

인문계고를 다니다 자퇴하고 마이스터고에 진학한 김진현 연구원(원주의료고 의료기계과 3년) 얘기다. 김 연구원은 일명 `사고쳐서` 바꾼 고등학교가 아니라 소신을 갖고 한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전응용기계제도기능사와 공유압기능사, 컴퓨터응용밀링기능사 등 자격증 3개와 과 OA자격증 2종을 보유하고 있다.

윤왕호 연구원(부산기계공고 금형설계과 3년)은 교내 장학금은 모두 휩쓸다시피 한 재주꾼이다. 전교 부회장을 맡아 리더십도 갖췄다. 일본 연수 등을 다녀올 만큼 외국어 학습도 충실히 했다. 이 때문에 신입사원 선발 당시 심사위원으로부터 열정과 능력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노치훈 연구원(군산기계공고 자동화기계과 3년)은 금형가공 장인을 꿈꾸고 있다. 교내 기능경기대회에서 CNC(컴퓨터 수치제어)선반 부문에서 입상했다. 노 연구원은 생기원 호남권지역본부에서 일하며 지역기업들이 의뢰하는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게 된다.

김진후 생기원 총무인사실장은 “첫 시도라 어려움이 없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남부럽지 않은 명장으로 키워 갈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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