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도로 지하로 매설한 지하관로의 점용료를 기존 정액제에서 지가 상승에 연동되는 정률제로 바꿨다. 점용료도 30% 인상하는 반면에 기존 정률제 점용료는 20%를 낮추는 내용으로 도로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정액제 점용료와 정률제 점용료 사이의 차등을 없애 형평성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공익 성격이 강한 지하관로 점용료 인상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도시 미관과 교통안전은 물론이고 태풍 등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전주 전복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전선 등을 지중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관로 점용료를 인상해 지중화 촉진에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통신사업자는 전주에 설치하는 공중선에는 점용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발적으로 지중화를 위해 10배 안팎의 구축비용을 들여 관로를 설치하고 점용료까지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 지중화 비용 등에 아무런 보상 없이 점용료를 30%나 인상하게 되면 전기통신사업자는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공중선을 설치하고자 하는 유인이 생기게 마련이다.
일본에서는 전기·통신선을 지중화할 때 점용료를 법정 금액의 9분의 8까지 감액하고, 독일, 영국, 캐나다, 호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는 도로 점용료를 별도로 부과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중화 및 공익적 시설에 대한 해외 각국의 정책적 배려는 우리나라와 크게 비교된다.
이미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점용료를 38%나 인상했다. 최근 3년간 표준 공시지가는 3% 상승, 공공서비스 물가는 2.8% 상승에 불과한 상황에서 다시 점용료를 30%나 대폭 인상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토부는 일반 사업자와 형평성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평등의 뜻이다.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다르게 취급해야지 기계적 평등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익 성격이 강한 기반시설(전선, 통신선, 수도관, 가스관 등)과 기타 일반 사업을 위한 시설의 점용료를 같은 수준에서 결정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또 국토부는 이번 조치로 일부 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전선, 통신선, 수도관, 가스관 등의 정작 점용료 인상이 공공서비스인 전기요금, 통신·방송요금, 가스요금, 수도요금 등의 인상으로 이어질 개연성은 간과하고 있다. 비록 공공요금 인상분이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지속된 경기침체로 서민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서비스 요금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이 적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관로 등의 점용료를 지가 변동과 연동시키는 정률제로 변경하면 매년 지가 상승에 따라 전기통신사업자는 물론이고 가스, 수도 사업자가 부담하는 점용료가 매년 인상된다. 이는 곧 전기, 통신, 수도,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서민 경제나 공공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으로 우려된다.
또 가스, 전력, 통신 등의 요금 상승은 산업체의 원가 부담을 가중시켜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점용료 인상으로 가스사업자들의 대기환경개선 사업 투자 재원이 줄어든다. 녹색성장이라는 국가적 사업에도 장애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하관로의 점용료 인상은 지중화 정책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공익적 사업의 비용을 증가시켜 공공요금 인상을 유발하는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부처가 신중하게 원점에서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기를 희망한다.
문기탁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zenfire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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