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그림없는 정통부 부활론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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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은 지난 10여년 정부 부처 간 업무영역 논쟁의 단골 이슈였다. IT가 세계 경제의 핵심 성장 동인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이후 우리나라가 IT강국 코리아로 우뚝 선 지금까지 이어지는 현상이다. IT를 둘러싼 부처 간 정책 경쟁의 배경은 무엇일까. 신IT가 역동성과 국민 주목도가 높아 부처가 성과를 호소하기에 의미 있는 항목이라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산업·문화·행정·방송 등 분야를 막론하고 IT는 첨단의 상징이자 적용이 가능한 신개념이었기 때문이다.

전담 부처 신설 논의가 시작될 당시부터 논란이 된 IT는 정보통신부가 만들어진 이후에도 업무영역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IT사업이나 반도체가 부처 간 영역 다툼의 핵심 사안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로봇은 지능형 로봇과 산업용 로봇으로 구분해 서로 다른 부처가 담당하는 기형적 상황도 연출됐다. 정통부의 역할을 IT인프라 구축까지로 봤던 기존 산업 부처와, 구축 인프라 접점에 있는 모든 산업 분야를 자신의 영역으로 흡수하려던 정통부의 충돌은 어쩌면 예정된 것이었다.

이 싸움은 결국 정통부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IT가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등으로 나뉘었다. 그렇다고 싸움이 멈춘 것은 아니다. 부처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IT 하드웨어, 방송 콘텐츠, u시티, 보안 등 분야에서 크고 작은 마찰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 다툼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대선을 앞두고 IT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부처 개편 논란의 정중앙에 놓였다. 일각에선 밑도 끝도 없이 정보통신부 부활론까지 돈다. 5년 전, 1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과거로의 회귀는 무의미하다. 지금 다시 `지능형 로봇이냐 산업용 로봇이냐`를 반복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아직까지 IT를 둘러싼 정제된 논의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대선 캠프들은 먼저 선거용으로 막연히 `IT에 관심이 많다`는 정도를 강조해 놓은 듯싶다. 이제 알맹이 없는 `부활` 발언이 아니라 구체적 그림으로 평가받아야 할 시점이다.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현 부처 형태는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부정, 과거가 무조건 좋았다는 식의 발상은 경계해야 한다. 성과와 과오를 정확히 분석해 반영해야 한다. IT융합 범주의 성장은 성과며, IT정책 분산은 과오다. IT와 방송 정책을 묶어 위원회 조직이라는 정치판을 만들어 놓은 것, IT 기획 기능 실종 등도 곱씹어봐야 한다. 달라진 시대 환경에 맞는 IT의 역할·범위·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 역할의 주체가 방통위 연속선상의 독임제 부처건, 지경부 연장선상의 조직이건, 미래 부처 신설이건 형태는 관계없다. 거대 부처건 미니 부처건 무관하다. 새 판을 짜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국민과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해 IT 미래 그림을 종합적으로 그릴 수 있는 형태인지가 최우선 고려 대상이다.


심규호 전자산업부장 khs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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