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23일 밤 12시 5분
박희돈 목사는 1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노숙자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해왔다. 소위 `잘 나가던` 목회자였지만 전 재산을 노숙인 끼니 마련에 쏟아 붓기 시작하면서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들이 그를 떠났다. 그 때문에 스트레스로 장애를 얻게 됐다.
구립어린이집 원장이자 국제신학 대학원 교수였던 그는 한 달 수입이 1000만 원 정도였다. 대학생 자녀에게 차를 사 줄 수 있을 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 그의 삶의 방식이 달라진 결정적 계기는 2001년 12월 영등포역에서 한 여자 노숙인을 만나고부터다. 겨울밤 추위에도 맨살이 드러나는 여름 원피스를 입은 그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컵라면 국물을 마셨다. 온 몸은 멍투성이였다
박 목사는 “왜 이 시간에 이런 걸 먹느냐”고 물었다. 노숙인은 낮에 뭘 얻어먹으려면 남자 노숙인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니 밤늦게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현역 목사인 내가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었구나`라며 `이분들을 위해 내가 밥을 줘야겠다`라고 다짐했다.
박 목사는 2002년 `섬김과 나눔의 교회`를 세우고 전 재산을 노숙자 끼니 마련에 쏟아 붓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도 공감하지 않았다. 급기야 이혼 서류를 받았다. 주변 동료 목회자나 교수는 그를 `미친놈`이라 불렀다. 그는 면역기능이 떨어져 한쪽 귀의 청력과 일부 기억을 잃었다.
기적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후원이 끊이지 않았다. 노숙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다른 이를 위해 밥을 짓고 봉사하기 시작했다. 박 목사가 살아가는 방법을 희망풍경에서 만나 본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