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하이텍이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에 일방적으로 서비스 중단을 통보하고, 피해 보상마저 회피해 물의를 빚고 있다. 더욱이 해당 반도체 파운드리 서비스 공정은 정부 국책과제의 결과물이어서 정부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하이텍은 국내 고주파(RF) 반도체 팹리스 업체인 레이디오펄스에 RF 파운드리 공정 서비스 중단을 칩 양산 직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갑작스런 생산 중단에 따른 피해 보상도 묵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디오펄스 측은 “해외 고객사와 납품 계약까지 체결한 상태에서 동부하이텍이 서비스 중단 사실을 전해와 1년이라도 연장 가동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며 “이후 피해 보상 규모를 놓고 협상하던 중 동부측이 갑자기 한 푼도 보상할 수 없다고 잘랐다”고 호소했다.
레이디오펄스는 동부하이텍의 공정 개발 비용만 약 6억원을 투자했다. 해외 파운드리 업체로 급하게 이관하는 과정에서 인건비와 판매 상실 및 지연 손실 비용을 제외하고도 9억원의 추가 비용을 떠안게 됐다.
동부하이텍이 운영을 중단한 파운드리 공정은 국내에서 유일한 RF 반도체 생산용이다. 공교롭게도 이 공정은 국내 파운드리 및 팹리스 산업 경쟁력 강화와 대중소기업 상생 취지로 정부와 민간의 매칭펀드로 구축한 것이다. 해당 공정의 갑작스런 운영 중단으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자 정부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왕성호 레이디오펄스 사장은 “힘없는 중소기업이라도 파운드리 업체에게는 고객인데 양산 직전에 서비스 중단을 통보하고 피해는 알아서 감수하라는 식”이라며 “구체적인 피해보상 액수까지 논의하다가 보상 불가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도 결국 대기업의 횡포”라고 하소연했다.
팹리스 업계도 이번 사태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를 전적으로 파운드리 업체에 맡겨야 하는 산업 특성상, 파운드리와 팹리스간 분쟁시 보상 분쟁은 언제든 자신들의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관 부처인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의 해당 파운드리 공정 중단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이후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산업적 측면에서 살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동부하이텍측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0.13미크론급 구리 공정 제품을 생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대신 해당 고객들에게는 내년 물량까지 선생산해주기로 했으나 레이디오펄스와는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